# 다모크레스의 칼
시실리 섬의 도시국가 시라쿠사의 왕 메이오니시우스의 신하 가운데 다모크레스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왕에게 영합하기 위해 언제나 왕의 행복함을 찬양했다. 그러자 어느날 왕은 다모크레스를 보고 말했다.
"네가 항상 부러워하여 마지 않는 왕의 자리에 하루 동안만 앉아 보아라."
다모크레스는 왕의 호의에 감사하며 왕좌에 앉았다. 눈앞에는 산해진미가 그득히 놓여 있었다. 문득 천정을 쳐다보니, 머리 위에는 날카로운 칼이 한가닥 머리칼에 매달려 드리워져 있었다. 다모크레스의 감격은 금시 공포로 변했고, 왕좌에 앉아 있는 동안은 산 것 같지 않았다.
이 전설은 말할 것도 없이 권력의 자리란 결코 겉보기처럼 좋기만 한 것이 아니고 항상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스코틀란드의 민속학자 프레이저의 명저 <황금의 가지> 중에 나오는 <죽음의 숲에 있는 司祭>도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것이었다. <죽음의 숲>은 금단의 지역이다. 그곳으로 도망쳐 들어간 노예는 노예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그곳에는 전에 노예였던 '죽음의 숲에 있는 사제'가 있다. 뒤에서 온 노예는 그 사제를 죽이고 자신이 대신 사제가 되지 않으면 숲 속에 머물을 수가 없다. 권력의 자리를 에워싸고 벌어지는 피투성이의 투쟁을 상징하는, 지극히 알맞는 모델이다.
이는 비단 정치의 세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스포츠의 챔피언 역시 '죽음의 숲에 있는 사제'이며 그의 머리 뒤에는 항상 다모크레스의 칼이 걸려 있다.
일찌기 케네디는 그의 연설에서 핵무기를 두고, '인류에 있어서의 다모크레스의 칼'이라고 했는데, 이는 인류의 운명이 단추 하나에 매달려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물론 핵무기라는 칼의 배후에는 세계의 권력을 에워싼 강대국 사이의 암투(냉전)가 있는 것이지만---.
케네디 자신은 핵무기와 인연이 먼, 한 발의 총성으로 비극적 최후를 마쳤지만, 현대에 있어서도 왕좌의 머리 위에는 역시 '다모크레스의 칼'이 매달려 있다는 것이 이 사건으로도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 너 자신을 알아라
그리스의 중앙, 코린토灣 북쪽에 키트라港이 있다. 그 곳에서 다시 북쪽 언덕을 올라가면 파르나소스 靈山이 높이 솟아 있다. 그 기슭에 아폴론 신전으로 이름 높은 델포이가 있다. 옛말에는 그리스 싸움의 貢納物이 신전을 메웠고 신전에 이르는 길 양측에는 각국의 헌납물을 넣어둔 보고가 즐비하게 있었다.
파우사니아스(2세기 후반의 사람)의 <그리스 周遊記>에 의하면 그 신전 양측 방에는 七賢人(기원전 7세기에서 6세기의 사람)의 인생에 대한 금언이 새겨져 있다.
"너 자신을 알아라."
"무슨 일에 있어서나 도를 넘지 말라."
그리고 고대 철학자의 전기를 쓴 디오게네스 라엘티오스(3세기 전반의 사람)의 <타레스傳>을 보면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
-가장 곤란한 것이 무엇이냐?
"나 자신을 아는 일이다."
-가장 수운 일은?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다."
-가장 즐거웠던 일은?
"목적을 달성하는 일이다."
한편
"모든 일에 있어서는 도를 넘지 말라."는 것은 디오게네스에 의하면 아테네의 입법자 솔론(7현인의 하나)의 말이다. 그는 항상 中庸의 德을 장려해 왔다. 이것은 中道政策, 즉 右도 左도 아닌 중립정책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도 중용정책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듯,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기는 어렵다.>고 하며 항상 개탄했다.
아테네는 그 당시 아직 변두리 小國의 하나였다. 자원이나 국력이 극히 미약했고 국내에서도 당파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그의 말 가운데 재미나는 것 하나는, 말년에 그는 자식의 죽음을 보고 몹씨 슬퍼했던 일이다.
"어떤 사람이 울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너무 슬퍼하시면 몸에 해롭습니다."
뉘인가 간언인지 위로인지 그에게 말하자, "글쎄 내가 우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언제나 (무엇인가를)배우며 늙어간다"는 말도 그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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