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A(창작수필)

웃음에 대하여

如岡園 2006. 6. 2. 10:15

 긴장이 해소될 때 일어나는 정서적 한 반응인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특혜라 할 수 있다.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어느 사람의 화사한 웃음을 대하면 모두들 기분이 명랑해지는 걸 보면 분명 웃음은 인생의 꽃이요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해주는 청량제이다.

 한 번 웃으면 그만큼 젊어지고 한 번 성내면 성낸 만큼 늙는다고 하였고, 웃으면 복이 오고 사랑이 온다고도 하지 않았는가! 고해와도 같은 인생, 찡그리고 사느니보다는 활짝 웃는 웃음이 풍요한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살맛이 한결 더하지 않을까.

 웃음은 누구나의 마음 속에 도사려 있다가 어떤 경우에 소리와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니 '하하 허허 호호 후후 흐흐 히히 해해 헤헤........' 실로 우리말의 후기음 <ㅎ>에 모든 단모음을 총동원하여 어느 것을 결합시켜도 모두 웃음소리가 된다. 그렇지만 웃음은 겉으로 드러난 이같은 웃음의 음성학이나 표정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웃는 사람의 심성의 향방에 그 의미가 있다.

 웃음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웃음도 웃음 나름이고 보면 스스로 문제는 달라진다. 은근한 회심의 미소, 안도의 웃음, 당당한 웃음, 명랑 쾌활 솔직한 웃음, 비웃음, 빈정거림의 웃음, 부자연 불성실한 웃음, 코웃음, 알랑웃음, 홍소, 대소, 가가대소, 박장대소, 폭소, 조소, 고소, 실소, 냉소......  웃음의 장점을 잘 아는 인간들은 그것을 무기로 하여 또 얼마나 교활해지고 오만해지고 간사해지는가! 정복의 오만함이 깃든 차가운 웃음, 그리하여 비정적이고 잔인한 원시적인 웃음엔 소름이 끼친다. "하하! 그놈 잘 꺼꾸러졌다.하하핫!" 원수를 갚고 난 이긴자의 허파에서 터지는 듯한 음울한 웃음 소리를 들으면, 통쾌함에 앞서 적자생존의 투쟁을 한눈으로 보는 듯해서 오히려 마음이 우울해진다. 속사정이 딴판이면서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애매한 웃음으로 호도미봉하고 환심을 사려는 아첨하는 웃음에 이르면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런 종류의 웃음속에는 비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말똥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웃는다는 사춘기 아가씨의 웃음은 예외가 되겠지만 웃음이 헤픈 것도 문제인가 보다. 그리하여 누구에게도 웃는 자는 아무 누구의 친구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웃음과 울음은 절약되고 농축되어야 값진 것이라고 하였다. 웃음 속에 다이나마이트보다 더 위력이 센 에너지가 숨어 있다면 웃음은 호도 껍데기에 가득할 정도로 작아도 괜찮을 것이다.

 천부의 지순 선량한 사람이 고운 마음을 가다듬어 황량한 사막에 피어난 한떨기 꽃송이처럼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몸에 지닌 채 거룩하고도 아름다운 웃음을 흩날릴 때, 그러한 웃음은 우리의 영혼을 황홀하게 뒤흔들어 일깨워 준다. 사심없는 마음으로 웃을 일을 많이 만들어 내고,화알짝 웃어 밝은 세상이 열려갔으면............

                                                                                                             김  재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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