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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의 자살기도

사랑이란 지상(至上)의 가치를 가진 인간의 감정이다. 그리하여 사랑의 씨앗은 반드시 사랑의 열매를 맺는다. 나는 의지할 곳이 없게 된 고령의 외할머니를 우리집으로 모셔 임종하실 때까지 종신으로 모신 일이 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의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가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서의 도리였다고 생각된다. 흔히들 육친간의 사랑에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하지만 내 경우는 내리사랑에 대한 치사랑을 실천한 셈이 된다. 아들이 절대적이었던 시절, 우리 외할머니는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으니 그야말로 칠거지악(七去之惡)의 멍에를 짊어진 한국의 여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맏딸인 내 어머니 역시 딸 셋을 내리 낳고 내가 태어났으니 외할머니의 입장에서 나는 장중보옥으로 구원의 존재일 수밖에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