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事熟語 神話傳說

봉이 김선달/개 보름 쇠듯/초상집 개/삼청냉돌

如岡園 2007. 3. 11. 00:46

          # 봉이 김선달

 허무맹랑한 수단으로 남을 속여먹는 일을 두고 흔히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아 먹기'라고들 한다. 이렇게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것을 필두로 여러 가지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유쾌한 사나이다. 본래는 '봉익이 김 선달'이었는데 어느 결에 '봉이 김선달'로 바뀌었다. 충주의 자린고비나 그런 이처럼 실지로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한문으로 재담을 한 것은 모조리 김삿갓이 그랬다고 그러듯이, 남 속여 먹은 이야기는 모조리 그에게로 붙여서 얘기하니 당사자로서는 기막힐 일일 것이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얘기만 해도 두 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서울서 돈 많고 허욕 많은 영감을 하나 앞세우고 와서 자기 집에 재우고, 밤사이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돈을 나누어 주고 말하기를, "내일 아침 물 길어갈 제 이 중에서 한 푼씩을 내 앞에 던져 주고 가게. 나머지는 술이나 사 먹고..."

 이튿날 잠이 깨인 손님은 주인을 찾았다. 그랬더니 안주인 왈, "강에 나갔습지요. 그것이 생업이니께요."

슬슬 강으로 나가 보니 줄로 늘어서서 무진장한 강물을 길어가는 사람마다 돈을 던지고 가는데, 금방금방 돈이 불어난다. 그래 상당한 댓가를 주고 그 권한을 샀는데, 그러나 결과는 빤한 일.

 또 하나는 이렇다. 짚을 사다 여물을 썰어 어느 추운 날 대동강이 얼어붙으려는 저녁, 배를 타고 들어가 상류에서 뿌렸다. 눈보라가 치는 날 땅 사려고 온 사람을 데리고 간색(看色)을 갔는데, 눈을 쓸고 보면 볏짚이 턱 어울려 얼어 붙은 게 땅은 보나마나 기름진 좋은 논이다. 그래 헐값으로 팔고 샀지만 손해는 갈리 없고, 이듬해 농사를 지으려 가 보니 물은 청청히 흐르고...

 이렇게 한 토막 소화(笑話)에서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은 생겨났다.

 

          # 개 보름 쇠듯 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먹지도 못하고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두고 '개 보름 쇠듯 한다'고 한다. 이 말은 세시 풍속의 한 행사에서 유래했다. 즉 세시풍속의 하나로 '개 보름 쇠기'가 있는데, 정월 대보름 날에는 개에게 밥을 주지 않는다.

 정월 대보름 날에 개에게 밥을 주면  그 한 해 동안 집안은 물론 개에게 파리가 들끓는다고 하기도 하고,부스럼이 생긴다고 하여 이 날 개에게는 아무 것도 먹이지 않는다.

 놀고 먹는 놈이 천대를 받는 날임을 보이기 위한 풍속이라고도 하지만, 사실은 개 밥에 달라드는 파리떼가 없었으면 하는 기원에서일 것이다.

 반면 소에게는 보름날 밥과 나물까지 차려주어 우대하는 풍습이 있다. 소는 농경생활에서 유용한 가축이었기 때문이다.

 '보름날의 개 팔자'라는 말도 있다. 그 팔자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가치 판단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초상집의 개(喪家之狗) 

 돌봐주는 이가 없어서 초췌한 사람을 두고 곧잘 초상집의 개에다 비긴다. 초상이 난 집에선 주인이 개의 끼니를 돌볼 경황이 없을 것 아닌가. 이 말은 공자의 행적에서 비롯되었다.

 공자는 자기네 노나라에서 왕족들과 비꼬여, 십여년 동안을 위,조, 송, 정, 진, 채, 등 여러 나라를 쏘다녔으니 자기의 포부를 용납해 줄만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공자가 정나라에 갔을 때 제자들과 길이 엇갈려서 홀로 성곽의 동문에 서 있었다. 제자들이 자기를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참이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정나라 사람이 스승을 찾아 헤매는 제자 자공(子貢)을 만나, 동문 옆에서 본 공자의 인상을 이야기 하였다. "그의 이마는 요(堯)를 닮았고 그의 뒷덜미는 고도(순,우의 賢相) 같았으며 그의 어깨는 자산(정나라의 현명한 재상)과 흡사하니 모두가 예전에 성현이라고 불리운 사람들과 꼭 닮았데.

그러나 허리 밑으로는 우(禹)와 견주어서 세치가 모자라고, 그 고달파서 풀이 죽은 꼴이란 마치 초상집의 개와 같더군."

 자공은 공자를 만나 이 말을 전했더니 공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였다. "용자(容姿)에 관한 비평은 반드시 합당하다고는 못하겠으나, 초상집 개(喪家之狗) 같다는 말은 합당하이. 암, 합당하고 말고!"

 필경 공자는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자기네 노나라로 되돌아 갔다.

 

          # 삼청냉돌(三廳冷突)

 방이 몹시 차든지 하면 으례 삼청냉돌 같다고 한다. 당치도 않게 자음접변의 문법현상까지 동원시켜 삼척냉돌이라고 와전되어, 강원도의 삼척이 등장함으로써 그 지방 사람은 냉방에서 자는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공교롭게도 삼척에는 맹방(孟芳)이라는 지방이 있지만 불 안때는 방에서 유래된 지명은 아니다.

 그래 석자 폭 밖에 안되는 적은 방의 냉돌이라는 뜻이거니 등등 억측이 많으나 사실은 이러하다.

 금군(禁軍)하면 궁중 임금의 신변을 보호하는 중책이다. 그 용호영(龍虎營)의 삼청(三廳), 곧 내금위(內禁衛), 겸사복(兼司僕), 우림위(羽林衛)의 숙직소인 세 사무실에는 겨울에도 불을 때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 하기야 임금을 호위한다는 사람이 뜨뜻한 방에 있으면 착실한 복무가 될 리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삼청(三廳)의 냉돌인 것을 까닭 없는 삼척이 초사에 오르고 심지어는 "강원도 안가도 삼척이라"하는, 곁말인지 속담인지 모를 말까지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