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書評(1) < 꾼 / 장이 >

如岡園 2007. 10. 23. 17:41

 이용한 저 <꾼>과 <장이>는 부제(副題)에서 밝히고 있는 바대로 발품을 팔아서 우리의 토박이 생활 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솜씨로 우리네 전통적인 서민 생활을 이어 온 사람들의 삶과 멋을 밝혀, 사라져 가는 전통 생활 문화를 생생하게 재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외래 문화에 잠식되어 자칫 우리의 소중한 전통의 생활 문화가 빛을 잃어 가는 오늘의 사회에서, 전통 문화의 존재를 확인하고 면면히 이어 온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러한 저서야말로, 밀레니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문화란 하늘로부터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생활의 터전에서 교류와 회전을 반복한 나머지 그 토양에 적합한 종자가 그에 적응된 조건 아래서 발아하고 성장하여 이룩된 생활 양식이며 정신적 소양이다.

 따라서 한 민족의 문화는 대중의 생활 속에 침투되어 있고, 생활 근거와 결합되지 못하는 문화, 민족의 혈육가운데 섞여서 동화되지 못하는 문화는 장식으로서의 문화, 모방으로서의 문화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 문화를 찾아 나선 <꾼>과 <장이>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를 길러낸 토양의 성질을 판단하는 준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꾼>에서는 산삼 캐는 심마니, 약초꾼, 석이꾼, 송이꾼, 석청꾼, 초막농사꾼, 독살어부, 죽방령어부, 해녀, 소금꾼, 매사냥꾼, 굴피집지기, 남사당앞쇠 등 모두 13가지의 서로 다른 업과 16명의 '꾼'에 대한 삶을 소개하고 거기에 덧붙여 그러한 토종지기의 삶이 낳은 몇 가지 토종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였고, <장이>에서는 숯장이, 대장장이, 왕골장이, 짚신장이, 짚풀장이, 베장이, 모시장이, 무명장이, 옹기장이, 부채장이, 엿할머니, 올챙이국수장이 등 모두 14가지의 서로 다른 업과 그런 업에 매달려 솜씨를 드러낸 16명의 장인(匠人)들에 대한 삶과 그러한 삶이 낳은 토종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우리 민족의 삶에 관련된 이야기이며 우리 문화의 존재 성격을 드러내 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우리는 자칫 우리 자신의 존재 가치를 망각하고 세계 속으로 떠내려 가기가 쉽다.

 정신적 지주가 없는 민족의 문화는 착란과 분열을 자초하여 뿌리가 없는 플랑크톤 문화로 전락하기가 십중팔구이다. 우리 것의 참다운 가치를 살려 다듬고 그것을 세계로 펼쳐 나가는 일이 세계화의 요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꾼>과 <장이>는 꼭 한 번 읽어 두어야 할 책이다.

 산삼 약초를 찾아 캐고, 석이 송이 석청을 따며, 돌성을 쌓아 고기를 잡고, 매를 길들여 사냥을 하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 전문 직업인을 이름하여 '꾼'이라 하였다.

 지극 정성으로 숯을 굽고 , 쇠를 달구어 두들겨 낫을 만들고, 왕골로 화문석과 꽃방석을 매고, 잠자리 날개처럼 섬세한 모시를 짜며, 혹은 오색 점토로 옹기를 구워내고 , 접부채 둥근부채 만들기로 외길을 걸어온 장인들을 '장이'라 하였다.

 지금 이네들의 삶은 지나온 우리들 삶의 모습이며, 그네들의 행위와 솜씨가 빚은 문화적 유물들은 우리의 생활 문화의 잔재이다. 아무리 산업화 시대에 있어 기계의 위력과 그것이 찍어낸 공산품이 판을 치는 시대라 할지라도'꾼'과 '장이'의 정신으로 빚어낸 문화적 소산만큼 값진 것이 어디 있을 것인가. 이 두 권의 책이야말로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만의 맛과 멋이 살아 있는 토종 문화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서도 매우 값진 책이라 할 수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까지 등단한 저자가 발로 뛰어 글을 쓰고, 저명한 사진작가가 동반하여 생생한 영상을 담아 실어, 지나온 삶의 자취를 회억케 하고 상념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이 책은 읽어서 유익하고 보아서 즐겁다.

 초막 앞에 지팡이 짚은 초막꾼의 모습이며, 베를 놓아 삼베 짜는 베장이 할머니의 사진을 비롯한 500컷에 가까운 수준 높은 사진 작품은 동영상의 제약을 뛰어넘고도 남을 민속생활문화사진첩을 방불케 한다.

 독장이가 빚어 놓은 굽지 않은 독모습의 명암, 얇게 쪼갠 대나무살에 붙여지는 한지(韓紙)의 포근함까지도 느낄 수 있는 접부채 둥근부채의 사진들 하며,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은 메투리의 정겨운 모습의 사진들은 이 책을 대하는 이로 하여금 울컥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할 것이다.

 사라져서는 안 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 그것이 그리워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삶을 한 번쯤 보듬고 껴안고 싶은 심정에서 발품을 판 지 꼬박 2년만에 나왔다는 이 책을 대한 평자는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동영상으로 보여 주는 텔레비젼 다큐물에 간혹 전통문화의 현장이 선보여지기도 하지만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받는 그런 영상물에 만족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엇이 이 책에는 있다고 서평자는 믿고 있다. (2001. 7. 16  동보서적 책소식) 

                                                                  如  岡     김   재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