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書評(3) <韓國動物寓話小說 硏究>

如岡園 2008. 4. 7. 21:44

 동물우화소설은 동물의 의인화라는 표현 수법상의 특징 뿐만 아니라 알레고리를 본질로 하는 우화의 소설적 발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인간 본성을 풍자하고 사회 현상의 모사적(模寫的) 표현이라는 입장에서 우리 소설문학상의 큰 성과이다.

 김재환 저 <韓國動物寓話小說 硏究>는 이같은 우리 나라 동물우화소설에 관한 심도 깊은 총체적 연구서이다.

 흔히 '이솝 우화' '라퐁덴 우화' 등은 자연스럽게 떠올리지만 우리 나라의 우화는 쉽게 말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나라의 우화 작품이 서구의 우화만큼 양이 적다거나 흥미성과 문학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문제는 체계적인 독서 교육이나 독서 체험의 계기가 적었다는 데 연유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물우화소설은 이솝 우화 같은 단편적인 우화가 아니다. 우화를 소설로 발전시킨 소설 작품을 말한다. 동물우화소설은 의인화된 동물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사건을 전개해 나가며, 동물들의 대립과 갈등에서 빚어지는 과정이 바로 인간 처세나 사회의 문제를 함축하는 소설을 말한다.

 

 이 저서의 부록으로 실린 여러 작품들 중 '황새결송'을 예로 들어 본다.

 옛날 경상도에 부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쁜 친척 한 사람이 재산의 반을 뺏으려 하자, 결국 서울 관가에 송사를 일으켰다.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에 그 나쁜 친척은 뇌물로써 여러 관원을 매수하여 결국 부자가 패소를 하도록 송사를 이끈다. 여기에 작가는 꾀꼬리 뻐꾸기 따오기의 소리 다툼에 있어서 판관인 황새의 뇌물 수수에 의한 부당한 판결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액자 형식으로 하여, 부자의 억울한 사연을 판관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으로 끝맺고 있다. 작품에서 작가는 서술자를 통해 황새를 노골적으로 '개아들 쇠자식'으로 비판하는데, 좁게는 뇌물판관을, 넓게는 조선조 후기의 부정부패한 권력 횡포를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저서에 의하면 동물우화소설은 조선조 후기 봉건제적 사회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마련되던 전환기적 시기를 배경으로 형성된 갈래임을 알게 된다. 특히 동물 세계의 힘의 우열관계는 새로운 세계로 재편되던 시기의 역사적 과정을 드러내어 조선후기 소설의 사실주의적 성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갈래가 되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서 다루는 부정 부패, 권력 횡포 등의 다양한 양상은 비단 조선 후기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도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들로 고통을 체험하고 있는 실정을 보더라도 우화소설의 보편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 저서에는 '황새결송' 외에도 '다람쥐전' '메기장군전' '섬동지전' '토끼전' '장끼전' '까치전' '서대주전' '경세종' '개구리' '중생' 등의 작품이 실려 있어 동물우화소설의 묘미를 알게 해 준다.

 또한 마지막 두 작품은 김성한의 현대 동물우화소설 작품인데, 우리 우화소설의 과거와 현재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본 저서가 본격적 학술 연구서이지만 우리 우화소설의 독서 방법이나 작품의 분석과 해석을 다룸으로써, 기존의 이솝 우화나 라퐁덴 우화를 대신하여 일반 독자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동보서적 책소식 통권 28호. 류 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