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行落穗

로마의 휴일

如岡園 2008. 7. 10. 13:39

          프롤로그

 '로렐라이'라고 하면 독일을 여행하지 않은 사람도 웬만하면 라인강 중류의 바위 언덕임을 알고 마치 가보기라도 한 것처럼 친근감을 느낀다. 그것은 그 바위 위에서 물의 요정이 노래를 불러 뱃사람을 물속으로 꾀어들인다는 전설이 있고, 그 전설을 소재로 한 하이네의 시에 실허가 작곡을 하여 독일의 민요로 불리어지고 있으며, 그것이 또 우리나라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다가 상상까지를 더 가미하면, 독일 산업의 대동맥 라인강을 유람하는 관광선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의 포도밭이 펼쳐지고 강 양안의 절벽, 고성이 그림처럼 흘러가고 인어상으로 소조된 물의 요정이 고즈넉이 앉아 있는 로렐라이 언덕이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이다.

 이렇게 한 토막의 전설, 한 편의 시, 한 소절의 음악이나 문예작품 등은 한 국가나 지역의 역사, 문화의 구축 선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관광자원을 넓히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음을 여러 경우를 통하여 알 수 있다.

 로마의 경우,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등의 격언과 함께 2천 수백 년 동안의 위대한 역사 유산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엽적으로는 영화 '종착역'으로 인해 테르미니 역 광장은 유명해졌고, 왕녀라는 신분을 감추고 로마의 하루를 즐긴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로 인해 트레비 분수, 스페인 계단, 마르게타 거리, 산탄젤로 다리, 하다못해 무명의 한 교회 모퉁이에 있는 해신의 얼굴 조형물까지 관광의 명소 혹은 관광거리로 부상되고 있는 것이다.

 

          피렌체에서 

 우리대학 교수부부 여행팀이 로마로 여행을 한 것은 2000년 7월이었다. 2주간의 유럽 여행을 마감하는 마지막 여정으로 잡힌 것이 피렌체와 로마였다.

 밀라노와 베네치아를 관광하고 숙박지인 베네치아 근교에서 로마로 출발한 것은 7월 10일 오전 8시 30분, 전용 관광버스로 3시간 반을 달려 중간 기착지인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언덕에 도착한 것은 정오 12시였다. 여기에서 피렌체와 로마관광을 안내할 지역 가이드를 만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복제하여 광장 중앙에 비치한 미켈란젤로 광장은 꽃의 도시 피렌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였다. 조금은 영악스럽다 싶을 정도로 민활한 지역 가이드는 정작 시내로 들어가면 피렌체 시가 전체의 면모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면서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피렌체의 경관을 낱낱이 설명해 주었다.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것이 역시 산타마리아 피오레 대성당, 즉 꽃의 성모교회 두오모였다. 114 미터의 붉은 색 돔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어 사방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멀리 떠돌다 고향을 찾아드는 피렌체 사람들은 그 돔만을 보고도 피렌체 내 고향이라고 안도하고 눈물겨워했다고 한다. 왼쪽으로 시야를 이동한 곳에 이 오래된 도시를 가로질러 조용히 흐르는 아르노 강, 그 위에 걸쳐진 다리가 하나 있는데,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아르노 강의 시적인 정감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2층 다리였다. 지붕을 덮어 씌워 있어 그 속을 지날 때면 골목길을 지나는 기분이란다.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는 뜻. 르네상스의 꽃이 핀 도시 피렌체는 두오모라고 불리는 꽃의 성모교회를 중심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마르티니의 작품을 소장하는 우피치 미술관,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는 산 마르코 미술관 등, 거리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미술관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모두 둘러 볼 시간은 없었다.

 미켈란젤로 언덕을 내려 와 스파게티를 주된 메뉴로 한 피렌체 현지식으로 점심을 따졌다.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어디를 가나 이탈리아식 식사는 비위에 맞질 않았다. 대신 노랑색 유니폼에 검정색 앞치마를 두른 여자 종업원 둘이 하도 친절하고 명랑 쾌활해서 캠코더 화면에 실어 담았더니 포즈까지 잡아 주며 손을 흔든다. 삶에 그늘이 없는 민족성이 부러웠다.

 시가지 관광에서 처음으로 들렀던 곳이 십자가 성당, 밀라노 두오모 성당의 모델이 되었다는 성당이란다. 골목을 들어서는 입구에 느닷없이 단테의 전신 조각상이 있었는데, 피렌체는 단테의 고향이란다. 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고향이자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작곡가 롯시니의 고향이기도 하단다.

 아닌 게 아니라 청동 흉상이 건물 벽면에 부착된 골목을 지나며, 안내자가 여기가 단테의 생가이고 이 자리가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나 밀회하였던 지점이라고 하면서 노면의 흔적을 가리켰지만 어쩐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고색창연한 중세 건물의 숲 사이 좁은 골목길을 조금 지나 거리의 중심 두오모 광장으로 나왔다. 유럽 관광지는 어딜 가나 장터처럼 관광객으로 붐빈다. 114 미터의 돔이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미켈란젤로 언덕 위에서 보았던 산타마리아 피오레 두오모 성당의 돔이었다. 그 바로 옆에는 지오토의 설계로 14 세기에 완성되었다는 높이 92 미터의 지오토의 종루(Campanile de Giotto)가 있고, 그 앞에는 아름다운 문으로 유명한 산 조반니 세례당 (Battistero san Giovanni)이 있었다. 신혼부부의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전망 좋은 방'의 무대가 저곳이라고 하면서 종루의 가장 높은 방을 가리켰지만 그런 영화는 보질 않아서 관심이 없었다.

 그 다음 들린 곳이 피렌체 행정의 중심지였다는 시뇨리아 광장이다. 시뇨리아란 통치자의 뜻이며 회의 의결을 하던 곳이란다. 광장을 따라 베키오 궁전, 우피치 미술관이 있었지만 각국 관광객들로 붐비는 광장의 풍경이 더 좋았다. 이탈리아의 도시 어느 곳이나 두오모 성당이 있고 광장이 있었는데 광장의 풍경은 한결같았다. 두오모 성당이 중심을 이루고 고색창연한 중세 건물이 울타리처럼 둘러싸인 광장 요소요소엔 분수 아니면 조각상, 그리고 비둘기 떼, 인종 전시장 같은 각양각색의 한적하고 여유로운 인간군상, 그 중에서 비둘기와 어울려 노는 노랑머리 꼬마아이와 젊은 어머니, 그런 모녀상이 항상 나의 눈길을 끈다. 초상권을 침해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캠코더의 렌즈를 들이대면 밝은 표정으로 포즈까지 잡아주는 이 모녀의 자연스러움에 문화적 감각의 깊이를 천착한다.

 화려한 르네상스 문화가 일제히 꽃피었던 피렌체는 도시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아 주요 볼거리는 하루면 대강 둘러볼 수 있었고, 그 다음 목적지 로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발길을 재촉했다.

 

          로마의 하루 

 소피아 로렌이 출연했던 영화 '해바라기'의 그 해바라기 벌판을 연상케 하는  끝없는 해바라기 벌판을 남으로 한정 없이 달려 로마의 관문에 들어섰을 때는 유럽 7월의 긴 여름해가 기울어 가고 있었다.      

 위대한 역사 유적을 가진 로마는 옛것을 찾아 방문하는 거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볼거리도 많은 곳이다. 포로 로마노, 콜로세움, 카라칼라 욕탕 유적지, 팔라티노 언덕 등 고대 로마에 관한 것은 역사에 해박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대충은 알 정도로 이름이 나 있다. 거기에다가 중세 르네상스의 문화나 미술, 카톨릭의 총본산으로 세계에 군림하는 바티칸 시국 등의 명물이나 명소까지 포함하면 무진장의 관광자원이 있는 곳이다. 스페인 광장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든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모여 있고, 트레비 분수 주변은 시장을 방불케 한다.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은 장대하며, 고대 로마의 생활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는 오랜 역사가 숨쉬는 곳이다.

 도착 첫날은 이미 해가 기울어가는 시점이었으므로 시내를 일주하는 버스 창밖으로 파노라마를 보듯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가며 시가지 관광을 했다. 오래된 시가지 자체가 구경거리였다.

 로마 관광의 둘 째 날은 아침부터 바빴다. 찬찬히 보면 사흘 정도는 보아야 될 관광거리를 하루 만에 몰아붙여 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로마는 넓은 도시이지만 관광 명소의 대부분이 베네치아 광장을 중심으로 반경 4 킬로미터 이내에 분포되어 있어 가능하기도 했던 것이다. 로마 관광의 압권인 바티칸 시국을 관람하기 위하여 장사진을 이룬 입장객 선두를 차지했던 것이 많은 시간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바티칸 미술관(Musei Vatican) 쪽으로 입장을 하여 피오클레멘티노 미술관, 지도의 방, 시스티나 예배당을 거쳐 산 피에트로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성 베드로 성당)으로 나오는 관람 코스를 택했는데, 로마 시대의 조각이 중심을 이루는 피오 크레멘티노 미술관에는 조각예술의 대명사격인 토루소를 비롯하여 제왕절개라는 의학용어를 낳은 시저의 조각상이며, 전쟁에 나가기 전 고민하는 모습의 아킬레스 조각상 등 그야말로 인체 조각상의 천지였다. 인간의 모습이 곧 신의 모습인 조각상은 무화과 잎으로 치부를 가리기 전의 남성미를 구현한 입체상이 태반을 이루었다. 특히 그 중에서 아킬레스의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의 종교화 '최후의 심판'의 모델이라고 한다.

 서기 1582년부터 4년에 걸쳐 교황청에서 사람을 불러 제작하였다는 지도의 방에는 각종 고지도가 총망라 되어 있었는데, 이 지도의 제작은 이탈리아가 세계로 벋어나가는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시스티나 예배당에는 비잔틴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종교화를 연대별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 벽에 그린 '최후의 심판'과  천장에 그린 '천장화'는 시대를 초월해서 세계 미술사상 최대의 걸작이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천장화'만 두고 보더라도 520 제곱미터의 광대한 천장에 45구획으로 나뉘어져 천지 창조로부터 노아의 방주에 이르기까지의 연속된 이야기가 천장그림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규모도 규모려니와 발 디딜 틈도 없이 밀어닥친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림의 변질을 염려하여 일체의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동행한 K교수가 옆구리를 찔러 힌트를 주기에 은근슬쩍 비디오카메라 렌즈를 천정으로 향하여 목측 없이 셔터를 눌러 1분짜리 근사한 동영상을 기어코 잡아내었다. 조명 없이 하는 촬영이라 별다른 장애는 없었을 터이고 무엇보다도 이 기념할 만한 여행 기록을 확보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까지를 관람하고 산 피에트로 성당에 들어섰을 때는 모두들 지쳐 있었지만 카톨릭의 총본산,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감격으로 새로운 힘이 솟았다. 기관총처럼 쏟아내는 안내자의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에 고무되고 있었던 듯도 하다. 정면 입구를 들어선 오른 쪽에 미켈란젤로의 대리석상 '피에타'가 있고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이 유리 상자에 들어 있었다. 중앙에 법왕의 제단이 있었는데 그 밑에 성 베드로의 묘가 있단다. 1년 365일 순례자 관광객으로 들끓는다는 성당 안은 그야말로 사람의 바다. 정신이 어지럽다.

 양측에 반원형의 회랑과 도리아식 원주 284 개가 늘어서 있고 지붕 위에 140 명의 성인상이 줄지어 있는 드넓은 산 피에트로 광장으로 나오니 마침 그 때 미사의 종소리가 한가롭게 바티칸의 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광장을 벗어난 식당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피자 마르게리타, 새끼양 로스트의 맛이 일품이라지만 이탈리아의 음식은 정말 비위에 안 맞았다. 차라리 디저트로 나왔던 수박 맛이 꿀맛이었다.

 오후의 첫 관광 코스는 타원형 트랙의 전차경기장과 팔라티노 언덕,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이었다. 가이드의 말맞다나 왕창 무너져버린 폐허의 도시 옛 로마로 간 것이다. 전차경기장과 황제를 위시한 관중들의 관람석이 있었다는 팔라티노 언덕은 폐허가 된 채 아직도 발굴이 계속되고 있단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들이 영화에서 보는 경기장과 관중석은 모두 영화촬영소의 세트에서 촬영되는 것이라니 실망스러웠다.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의 공화정치, 재판, 상거래 등 시민 생활의 중심인 광장이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폐허가 된 건물들의 돌기둥들이 을씨년스럽다. 시저의 화장터와 무덤이라면서 두어 평 남짓한 반석과 움막같은 토굴이 있었지만 믿기지 않을 만큼 초라했다.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을 연상하면서 전차라도 지났을 법한, 바닥돌이 깔린 옛날 도로를 걸으면서 일행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넘어서니 로마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개선문이라는 티토우스 황제의 개선문과 콜로세움이 그림처럼 시야에 다가들었다. 그림엽서나 사진에서 보았던 고대 로마의 대표적 유적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

 고대 로마의 유적을 모두 찾아 로마를 샅샅이 알아본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이 실감되었다. 영혼의 도시, 기원전의 도시, 현대의 도시라는 로마를 어찌 몇 쪽의 글로 모두 표현하랴. 차라리 영화 '로마의 휴일'의 주인공 왕녀 앤 공주가 신분을 감추고 천진난만하고 행복한 기분으로 보냈던 로마의 하루의 족적을 따라 로마를 펼쳐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베네치아 광장 남쪽의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의 한 모퉁이에 있는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a)에 가서 그 그로데스크한 진실의 입에 손을 넣었다. 영화에서, 왕녀라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있는 오드리 헵번이 두려워하며 손을 넣었던 것처럼. 일행 모두의 부부가 한 팀 한 팀이 되어 제각금 익살을 부려가며 진실의 입에 손을 밀어 넣는 장면 하나 하나를 캠코더에 실어 담는 즐거움 하나만으로도 로마 여행의 수확은 있었다.

 그 다음 코스가 판테온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트레비 분수, 앤 공주로 분장한 헵번이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린 미장원이었던 가게가 바로 그 옆에 그대로 있었다. 트레비 분수에는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달덩이같이 훤한 얼굴의 소녀 둘이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장면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워 캠코더의 망원렌즈로 끌어당겼더니 아뿔사! 배낭여행을 온 한국 대학생이 아닌가. 세계의 관광객이 모두 모여드는 군중 속에서도 우리 젊은이의 외양과 품위는 우량 급이어서 자부심이 일었다. 덩달아 우리도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스페인 계단이 아니었어도 오드리 헵번의 그 젤라또 아이스크림은 팔고 있었던 것이다. 분수를 등지고 서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하게 된다는 말에 로마를 또 오겠느냐 싶으면서도 동전을 던져 넣었다.

 오드리 헵번이 트레비 분수 옆 미장원에서 머리를 짧게 깎고 혼자 걸어갔던 그 골목길을 우리도 걸어갔다.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예스런 보도 길을 떨거덕거리고 지나갔지만 얄팍한 장삿속이 보인다 싶기는 여기서나 거기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골목길을 따라 올라간 곳이 스페인 광장이다. 137 단이나 되는 계단 위로 올려다 보이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의 두 개의 탑이 인상적인 곳이다. 스페인 계단이라 일컫는 계단은 꽃이나 가죽 세공품을 파는 노점과 얼굴을 그려주는 화가 등으로 매우 붐볐는데, 영화 속의 헵번이 꽃을 사고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레고리 펙을 두 번째로 만난 곳이다. 스페인 계단의 왼쪽으로 이어지는 뒷골목인 마르게타 거리가 신문기자로 분장한 그레고리 펙의 낡은 아파트가 있었던 곳이었다.

 왕녀 앤 공주로 분장한 헵번이 처음으로 담배를 피워보던 카페 그레코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의 명소란다. 밤의 선상파티가 열렸던 산탄젤로 다리 밑 테베레 강물은 영화에서 본 것만큼 그렇게 많은 수량은 아니었다.

 청순한 이미지의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일약 대스타가 되었다면 로마는 헵번으로 인해 현대 젊은이의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에필로그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로마는 하루아침에 다 볼 수가 없었다. 길은 좁고 교통은 혼잡하다. 건물은 어둡고 우중충하고 무뚜뚝하다. 그러면서도 스페인 광장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든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있고 트레비 분수 주변 역시 항상 관광객으로 붐빈다. 로마를 상징하는 콜로세움은 장대하며, 고대 로마의 생활중심 포로 로마노는 오랜 역사가 숨쉬고 있다. 중대형 승용차가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고 로마의 명물인 마차가 관광객을 기다리는 거리, 세계의 관광객들이 쏟아 붓는 돈으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로마가 부러웠다.      

                                                                                  여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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