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수련/ 채송화/ 튜울립/ 해바라기

如岡園 2009. 8. 1. 10:08

          # 수련(睡蓮)

 수련은 연꽃처럼 물 위에 떠서 핀다. 물방울이 수정알같이 도글도글 구르는 잎사귀와 신비로운 색조의 꽃잎을 진흙탕 속에서 피워내기 때문에 한결 고고하다.

 달빛을 받으며 밤에 피는 꽃은 희며 노란 빛이고, 낮에 피는 수련은 보라, 빨간 색으로 화려하다.

 원래 수련(睡蓮)은 낮에 피고 밤에는 잠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근래에는 열대가 고향인 밤에 피는 수련이 들어와서 수련의 뜻이 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씨는 다 익으면 물 위에 떠서 물결따라 밀려 다니다가 아무 데서나 자리를 잡는다.

 전설에 의하면 수련은 아름다운 소녀 마칠드의 화신이란다. 마칠드는 연못 가에 사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아무 걱정없이 아침이면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새처럼 즐겁고, 저녁이면 식탁에 앉아 그날 하루를 무사히 넘기게 해 준 하나님께 조용히 감사드리는 그런 평범한 소녀였다.

 못 가에선 일년이 가도 이년이 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언제나 그만큼 조용했다. 연못 가가 조용한 이상 소녀의 생활도 조용했다.

 소녀의 조용한 생활을 누가 질투했을가. 어느 해질 무렵, 소녀는 못 가에 쓰러져 숨이 끊어질 듯 신음하는 젊은 나그네를 발견했다. 마칠드는 나그네를 집에 데려다가 마을 청년 프랑크와 함께 정성을 다해 치료했다.

 마칠드의 따뜻한 간호를 받으면서 나그네는 자기가 마칠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나그네가 마칠드를 사랑하는 만큼 후랑크도 오래 전부터 마칠드를 사랑하고 있었다.

 두 젊은이는 마칠드를 사이에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면 좋다. 결정권은 마칠드에게 있는 것이니까 그 여자에게 우리 둘 중의 누구를 선택케 하자".

 입장이 난처하게 된 마칠드는 두 사람의 절실한 시선을 뿌리치면서 기운없이 중얼거렸다.

 "제발, 내일 아침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내일 아침에 대답하겠어요."

  이튿날 아침, 마칠드는 보이지 않고 연못 가운데 처음보는 청초한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은 마칠드의 화신, 수련이었다.

 수련의 꽃말은 '결백, 신비, 깨끗한 마음'이다.

 

          # 채송화

 페르샤에 욕심쟁이 여왕이 있었다. 여왕은 보석에 대한 집념이 무서울 만큼 강해서 어떻게 하면 세상에 퍼져 있는 보석을 모두 손 안에 끌어들일 수 있을까가 그 여자가 생각하는 전부였다.

 폐르샤 시장이 세계 장사의 길목 구실을 하고 있는 걸 기회로 여왕은 장삿군들의 세금을 보석으로 내도록 했다.

 여왕의 손으로 들어가는 보석은 많았다. 보석만 생각하고 보석만 만지고 보석만 모으는 여왕은 보석에 미친 여자였다.

 세금을 보석으로 받아내는 욕심이 만족하지 않아서 여왕은 또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다가 탁 무릎을 쳤다. 여왕이 생각해낸 기발한 생각은 곧 페르샤 전국에 선포되었다.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아! 페르샤의 백성된 자는 누구나 보석 한 개를 일생의 세금으로 바쳐야 한다."

 보석을 마련하기 위해 땅과 집을 팔아야 하는 페르샤 백성은 모두 침울해졌다.

 그 때 열 두개의 상자에 열 두가지 보석을 채워 갖고 한 노인이 여왕을 찾아왔다. 그 많은 보석을 본 여왕의 눈은 욕심으로 별같이 반짝였다.

 노인은 보석 하나와 사람 하나를 맞바꿀 것을 제안했다. 물론 여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즐겁게 찬성했다. 까짓 지질구레한 페르샤 백성 따윈 없어도 좋았다.

 노인과 여왕은 보석의 수를 세었다. 페르샤 백성을 몽땅 노인에게 주고도 제일 아름답고 큰 보석이 한 개 남았다.

 "하나가 남는군요. 여왕까지 합치면 꼭 맞겠지만 약속에 없는 것이니까 죄가 간직하겠습니다."

 노인이 웃으면서 마지막 보석을 집어 들었다.

 여왕은 얼른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것까지 저에게 주시고 저를 가져 가십시오."

 노인은 두말없이 그 보석을 내주었다.

 여왕이 그 보석을 받아들자 보석상자가 터져나와 꽃으로 흩어져 피고, 여왕은 간 곳이 없이 사라졌다.

  이 얘기는 보석을 닮은 채송화 꽃씨에서 유추된 전설일 것이다.

  채송화의 꽃말은 '가련함'이다.

 

          # 튜울립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녀는 똑 같은 시기에 세 사람의 훌륭한 청년에게서 한꺼번에 구혼을 받았다. 하나는 그 나라의 왕자였고, 또 하나는 용감한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부유한 상인이었다. 

 그들의 소녀에게 향한 사랑은 저울질 할 수 없을 정도로 같았다. 그들은 제각기 아름다운 소녀의 사랑을 얻으려고 스스로 소녀에게 약속했다. 

 "소녀여! 그대가 만약 나와 결혼해 준다면 나의 왕관을 바치리다." 

 이것은 장차 그 나라의 왕이 될 젊은 왕자의 약속.

 "꽃보다 아름다운 소녀여! 당신이 만약 나의 아내가 되기를 허락한다면 우리 집안의 가보인 보검을 드리겠습니다."

 이건 용맹스러운 기사의 약속.

 "나와 결혼해 준다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창고 속의 황금을 전부 주겠소."

 이건 돈 많은 상인 아들의 약속.

 소녀는 잔잔하게 웃을 뿐 끝내 아무에게도 결혼을 승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의 약속에도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소녀의 침묵은 세 젊은 구혼자의 화통을 터뜨리게 했다. 세 젊은이는 모두 자기와 결혼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에 소녀의 침묵에 불같이 노했고, 끝내 그들은 모두 소녀에게 그 이상일 수 없이 혹독한 욕설을 퍼붓고는 소녀의 주변에서 떨어져 갔다.

 그들이 내 놓은 엄청난 조건에는 전혀 무관심했지만, 셋 모두를 좋은 청년이라고 생각하던 소녀는 너무 놀란 끝에 병들어 죽고 말았다.

 청순 가련한 소녀의 죽음 뒤에 세 청년은 소녀를 곱게 묻고 후회의 눈물을 뿌렸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귀여운 소녀를 꽃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튜울립이다.

 튜울립의 꽃송이는 왕관같고, 잎사귀는 칼을 닮고, 뿌리는 황금덩이와 같은 것은, 소녀를 사랑했던 세 젊은이의 약속이 한꺼번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언제나 꽃봉오리 모양으로 피는 튜울립은 순결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풍만한 꽃색은 매혹적인 공주와 같다.

 튜울립의 꽃말은 '사랑, 사랑의 고백, 명예'이다.

 

          # 해바라기

 그리스의 어느 호수에 자매 님프가 있었다. 구리자와 류고시아 자매는 바다의 신을 부친으로 갖고 있었는데 규율이 어찌나 까다롭고 엄격한지 해가 있는 동안은 아예 호수 위에서 놀 수 없었다. 해가 지면 호수 위로 나왔다가 동이 트기 전에 돌아갔다. 

 어느날 놀기에 정신이 팔려 그만 동이 트는 걸 몰랐다. 동쪽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며 해의 신 아폴론의 황금마차가 떠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황홀한 정경에 마음을 뺏긴 자매 님프는 정신없이 머리를 치켜들고 아폴론을 우러러 보았다. 

 황금마차를 탄 아폴론이 자매의 머리 위로 지나가면서 미소를 던졌다. 아폴론을 본 순간부터 우애로 가득찼던 자매의 사이에 번쩍이는 질투와 미움이 싹텄다. 서로 아폴론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식욕이 없을 정도였다. 

 언니 구리자가 선수를 쳤다. 동생 류고시아가 해가 뜰 때까지 호수 위에서 돌아오지 않은 날이 있었다고 아버지인 바다의 신에게 고해바쳤다. 류고시아는 죄수로 갇혀버리고 구리자는 원했던대로 혼자서 아폴론을 맞았다.

 오직 아폴론에게 향한 마음.

 하늘을 우러러 눈부신 황금마차를 기다리는 구리자 머리위로 아폴론이 휙 지나갔다. 그러나 아폴론은 구리자의 소행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뿐더러 구리자를 경멸하고 화내는 얼굴이었다.

 구리자는 그 자리에 선 채 사뭇 아폴론의 마음이 돌아서기를 기다렸다. 

 아홉 밤 아홉 낮.

 아폴론은 끝내 구리자를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구리자는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린 한포기 꽃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해의 신에게 동정받지 못한 구리자의 넋이 서린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돌고 돈다. 

 해바라기는 페루의 국화. 뜨거운 여름날에도 발랄하게 피어 있는 이 꽃은 화초 중에서 가장 큰 것이다.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돈다는 이야기는 동서를 막론하고 있어 왔지만, 해바라기는 돌지 않는다는 근거있는 학설이 주장되기도 한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 의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