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동백꽃/크리스마스 로오즈/스노우 드롭

如岡園 2010. 1. 1. 13:32

          # 동백꽃(Common Camellia Japanice)

 마그릿트는 한 달 중 25일 간은 흰 동백꽃을 가슴에 꽂았으며, 나머지 5일간은 붉은 동백꽃을 가슴에 꽂고 사교계에 나타난 창녀였지만, 양가의 아들 칼멘의 순진한 애정에 의해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급기야 그들은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는 실행에 몰입하고 만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가 칼멘의 아버지에게 발각되자 그의 아버지는 그들의 관계를 오해해 둘의 사이는 갈라지고 만다.

 뒤늦게 그녀의 진실을 안 칼멘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그녀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이 작은 테마의 소설을 기초로 베르디의 달콤한 감상과 감미로운 시율의 가극 '춘희(椿姬)'가 탄생한다. 마그릿트는 비오레타로, 칼멘은 알프레트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동백꽃이 차지한 비중의 크고 작음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여하튼 동백은 여성과 인연 깊은 인상적인 꽃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옛날 황해도의 대청도 가까운 동백꽃 피는 섬에서 온 청년이 이 섬의 처녀와 결혼하여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고향에 급한 볼 일이 있어 길을 떠났다. 아내는 길을 떠나는 남편에게 고향에 가게 되면 남편의 고향에서 핀다는 동백꽃의 씨를 갖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고향에 간 남편이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아내는 기다리다 지쳐 병석에 눕고 말았다. 뒤늦게 남편이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아내는 세상을 떠난 후였다. 남편은 아내의 무덤에 엎드려 구슬피 울었다. 그 때 그의 주머니에서 아내가 부탁한 동백씨가 흘러나와 거기에서 자란 동백이 이 섬에 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동백꽃이 추운 한겨울에도 아랑곳없이 꽃피는 모습은 마치 생활력이 강한 섬나라의 기질을 닮은 듯 미더운 면이 있다. 두텁고 윤기 흐르는 짙은 녹색의 잎에 싸인 붉은 빛의 아름다운 꽃이야말로 동백꽃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정렬적인 붉은 빛의 꽃송이와 짙푸른 잎의 조화라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지체없이 떨어지는 꽃잎을 보더라도 꽃다운 일면이 있어, 미련을 갖지 않는 섬나라 아가씨의 순정을 엿보는 듯하다.

 여성에게 있어 동백의 또다른 매력이라 한다면 그 씨에서 짜낸 기름이 정갈한 머릿매를 다듬는데 쓰였다는 점에서일 것이다. 헤어크림이 발달한 시대에 있어 동백기름은 이미 잊혀진 옛날 이야기에 지나지 않지만 오래도록 추억 속에 남아 있을 이름이다.

 동백꽃이 유럽에 건너 간 것은 17세기 경의 일로, 오스트리아의 승녀가 이 꽃을 서양으로 옮겨 갔다고 한다. 때문에 학명도 그를 기념하여 카멜리아(Camellia)라고 붙였다 한다. 종명(種名)인 자팬니스(Japanice)는 일본이 원산지로 오인되어 붙여진 것이다.

 일본에도 동백이 있기는 했으나 3백 여년 전 어느 일본 대신이 한국 땅에서 동백을 가져가 일본 전역에 퍼뜨렸다는 설이 문헌에 나타나 있다.

 꽃말이 '자랑'인 이 꽃은 꽃말과는 다른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어느 성질이 난폭한 왕이 있었는데, 그에겐 왕위를 물려 줄 왕자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왕은 자기 동생의 아들에게 왕위를 계승시켜야만 했다.

 그 때만 해도 동생은 조그만 성의 성주였는데, 그는 어질고 현명했다. 그의 아들도 마음씨 곱고 명석했다.

 왕은 왕위 계승에 불만이 많아 기회가 닿으면 동생의 아들을 살해하려 마음 먹었다. 아들의 생명에 위험을 느낀 성주는 두 명의 양자를 맞아들이고는 아들은 몰래 숨겼다.

 궁에서 두 아들을 보고 싶으니 궁 안으로 보내라는 전갈이 왔다. 성주는 가짜 아들을 보냈다. 그 후 두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왕위 계승자를 없앤 왕은 동생에게 트집잡는 일을 중지했으며, 덕분에 성주는 평온을 되찾았다. 숨겨 둔 아들은 뛰어난 재주와 명석한 두뇌로 왕이 될 재목으로 꿋꿋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왕은 동생의 행실을 눈치챘고, 곧 진짜 두 아들과 성주를 잡아들였다.

 왕은 자신을 기만했다고 노발대발한 나머지, '두 놈이 가짜 왕위 계승자라고 선언하라' 하고 성주를 몰아세웠다. 성주는 더 이상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왕의 말에 수긍해버렸다. 그러자 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짜 왕위계승자를 성주의 손으로 직접 죽이라고 명령했다.

 성주는 자포자기한 듯 칼을 들어 사랑하는 아들을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갑자기 두 아들은 새로 변해 날아갔고 그 날개치는 소리는 우뢰와 같았다. 궁전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렸고, 성주는 커다란 꽃나무가 되어 뿌리를 뻗었다.

 그 때의 그 꽃나무가 동백꽃나무였으며, 두 마리의 새는 동백새(동박새)라 전해진다. 꽃말은 '자랑'이다.

 

          # 크리스마스 로오즈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는 꽃, 즉 크리스마스를 더욱 더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꽃이 바로 크리스마스 로오즈이다.

 이 꽃은 포인세티아와 대조되는 흰 빛의 꽃이다. 홑겹의 흰 꽃은 두텁고 꽃잎은 마치 비로드와 같이 부드러운 인상깊은 꽃이다.

 크리스마스 로오즈라 부르니까 언뜻 생각하기에 기독교와 관계가 있는 꽃인 양 생각하기가 쉬운데, 포인세티아와 마찬가지로 이 꽃은 기독교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다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그 즈음에 흰 빛의 맑고 깨끗한 꽃이 피기 때문에 이와같은 성스러운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후세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이기는 하나 기독교와 연관 깊은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예수가 탄생하던 날, 양치던 어린 목동의 여동생이 예수에게 바칠 선물을 찾아 헤맸다. 그 때 그녀 앞에 한 천사가 나타나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천사의 손에는 흰 백합이 쥐어져 있다. 천사가 손을 흔들 때마다 땅 위에 흰 크리스마스 로오즈가 피어났으므로 그 꽃을 크리스마스 때에 장식한다는 이야기이다.

 영국에서는 이 꽃을 Christmas rose 라 하며, 프랑스에서는 Rose de noel 이라 하여 성스러운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러나 학명에 따르면 이 꽃의 뿌리는 독초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은 독초에 함유된 성분을 이용하여 이뇨제와 강심제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이스 신화가 말해 주듯이 이 꽃은 옛날에도 하제(下劑)로 썼다 한다.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의사이며 예언자였던 멜람포스는 이집트에서 의학을 배워 알고스 왕 딸들의 정신착란을 고쳤다.

 알고스 왕은 딸들의 정신착란으로 고심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때 멜람포스가 나타나 자신있게 딸들의 병을 고쳐 주겠다는 말에 귀여운 딸들을 그의 손에 떠맡겼다. 멜람포스는 딸들을 인수받자 두 말 않고 고린도 만에 있는 안데이큐라는 섬으로 데려갔다. 그 곳에는 크리스마스 로오즈가 수없이 피어 있었으므로 그는 양들을 풀어 그 꽃을 뜯어 먹게 했다. 그리고는 양의 젖을 짜서 미친 딸들에게 먹여 병을 고쳤다. 젖을 먹인 후에는 반드시 냉수에 목욕을 시켰다고 한다.

 이런 연고로 그리이스에서는 미친 사람에게는 이 꽃이 특효약이라고 여겼으며, 조금 멍하거나 우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데이큐로 가거라'하는 속담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 꽃의 꽃말은 '근심을 잊는다' 이다.

 

          # 스노우 드롭

 아담과 이브가 낙원에서 추방당했을 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브가 추위에 떨며 절망하고 있자, 천사가 나타나 겨울이 지나면 곧 봄이 오기 때문에 너무 심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했다. 그리고는 내리는 눈송이를 손으로 휘젖자 금새 눈송이는 스노우 드롭(Snow drop)으로 변해, 매년 이 꽃이 피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마치 거꾸로 매달은 종 모양의 스노우 드롭은 초봄을 알리는 희고 작은 귀걸이를 연상시키는 꽃이다. 서유럽이 원산지인 이 꽃은 낭만주의 시대의 시인에게 로맨틱한 이미지를 수없이 안겨 주었다.

 눈송이 같은 종아

 멀리 멀리 울려 퍼져

 밀물처럼 닥쳐 올 봄을 맞게 하라

 지루한 북유럽의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나려는 북유럽 사람들의 심정이 잘 나타난 시라 할 수 있겠다.

 조그마한 키에 흰 색의 꽃이 꽃대 하나에 한 송이씩 피고 그 한 송이 꽃이 밑을 향해 종처럼 석 장의 꽃잎을 벌리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은 정녕 눈송이를 방불케 한다. 그런 모습 때문일까? 스노우 드롭은 프로라의 여신이 신비한 그의 입김을 고드름에 씌어 녹아내리는 물방울로 꽃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같은 영국인데도 스코틀랜드의 풍습에는 이 꽃을 섣달 이전에 발견하면 다음 해는 행운이 찾아온다고 기뻐하는 반면, 잉글랜드에서는 이 꽃을 집에 들여오면 죽음이 찾아온다고 하여 꺼려하고 있다.

 미신이기는 하지만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이가 성 발렌타인데이 이전에 이 꽃을 집에 들여오면, 신부를 맞이할 때 불행이 온다고 믿고 있다 한다.

 독일에서는 '청결'의 심볼로 평가되리만치 청결한 '눈 속의 작은 종' 인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백녹색의 은근한 꽃빛이 음침한 분위기를 주므로, 승리의 죽은 유령이 나타난다는 낡은 가옥에 핀다는 전설도 있다.

 북국의 모든 나라가 그렇듯이 봄은 눈 속을 헤치며 찾아온다. 우리나라의 봄이 아지랑이를 타고 와서 진달래에 머물듯이 북국의 봄은 꼬리를 감추려는 눈송이를 타고 와서 스노우 드롭에 가볍게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