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목련/ 개나리/ 진달래

如岡園 2010. 3. 1. 09:19

          # 목련(木蓮)

 3월 하순, 회초리같이 삭막한 나무가지에 활짝 피어나는 목련의 분위기는 너그러운 어느 여인의 애정처럼 풍요하다.

 바람을 타고 날리는 향기는 고혹적이고 연꽃을 닮은 모양은 단조롭고 우미하다. 목련꽃은 꽃망울이 북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특색인데 거기엔 슬픈 이야기 하나가 있다.

 하늘나라에 재색이 겸비한 공주가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공주를 좋아했지만 웬일인지 공주의 마음은 자꾸 북쪽 바다신에게 달렸다. 험상궂고 난폭하기로 소문이 높은 바다의 신을 사모하는 공주의 한결같은 사랑은 아버지의 노여움을 불러 일으켰다.

 악명 높은 바다신을 사모하는 자기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께 송구스러워 문을 닫고 꼼짝 않던 공주는 어느날 궁을 빠져나와 북쪽으로 도망쳤다. 남자답고 늠름한 바다신에게 애달픈 마음을 헤쳐놓을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벌써 아내가 있었다. 실망한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인정이 없기로 으뜸이란 정평을 얻고 있던 바다신이 공주의 죽음을 알고 스스로 공주의 무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기 아내에게 영원히 잠자는 약을 먹여 공주 옆에 묻고 평생 혼자서 외롭게 살았다.

 딸의 죽음을 안 하늘의 왕이 자신의 너그럽지 못했음을 탄식하며 딸은 흰목련으로, 바다신의 아내는 자목련으로 만들었다.

 그토록 애타게 사모한 바다의 신에게 실망하고 죽은 공주의 미진한 마음과, 남편에 의해 잠재워진 아내의 억울한 마음은 북쪽을 향해 머리를 돌린 꽃으로 다소곳이 피어났다.

 못이룬 사랑에의 미련과 못다한 사랑에의 미련. 여섯 장의 목련 꽃잎에 담겨진 전설은, 잘못 선택한 사랑의 상대를 그래도 잊을 수 없는 나약하고 서글픈 여인의 운명을 얘기한다.

 목련꽃의 꽃말은 '연모', 그리고 '숭고한 정신'이다.

 

          # 개나리

 봄의 문턱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개나리는 사치스런 노란 빛깔에 잘디잔 꽃이 좀 방정맞아 보이지만 개나리 없는 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봄의 정취를 지니고 있다.

 원산지는 우리나라. 그러나 전설은 인도의 이야기다.

 인도에 새를 끔직이 사랑하는 공주가 있었다. 예쁜 새라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사들여서, 궁전은 온통 새들로 꽉 차고, 새들 속에 사는 공주의 얼굴은 행복감으로 충만되어 있었다.

 공주의 눈에 들고 싶은 사람들은 기를 쓰고 예쁜 새를 찾아 길렀다. 대신들마저 나라 일을 제쳐놓고 예쁜 새를 찾는 데 넋이 빠져서 나라는 엉망이었다. 백성은 배를 곯아도 새들은 배고픈 것을 모를 정도였다.

 공주에겐 딱 한 개 비워둔 새장이 있었다. 아직까지 그 새장보다 더 예쁜 새가 없어서 빈 채로 매달아 놓고 새장의 주인 없음을 한탄했다. 공주는 그 새장에 들어갈 만큼 고운 새를 갖게 된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새들을 모두 날려버리겠다고 약속하고 꿈에서 그리는 새를 찾았다.

  그런 사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들고 찾아온 사람은 헙수룩한 늙은이였다. 그 새는 공주의 마음에 꼭 맞았다. 궁 안의 다른 새가 당장에 흉하게 보인 공주는 모조리 날려 보내고 노인이 가져온 한마리만 남겨 두었다.

 그런데 그 새가 점점 모양이 변해가고 우는 소리도 달라졌다. 목욕을 시키면 다시 깨끗해지리라 생각했지만 목욕한 새의 모습은 흉칙한 까마귀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가 가장 미운 새로 변해버린 것이다. 까마귀에 물감칠을 해서 자기를 속인 것을 안 공주는 홧병으로 앓다가 죽었다.

 까마귀에게 빼앗긴 새장이 아까와 화가 치민 공주의 넋은 가지를 뻗어 금빛 장식을 붙인 새장 같은 개나리꽃으로 피었다. 다닥다닥 눈이 어지럽게 피었다가 아차하는 순간에 와르르 져버리는 개나리는 화려한 인도 공주의 성격을 닮은 모습이리라.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다.

 

          # 진달래

 봄에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꽃을 말하라면 우리는 서슴없이 개나리와 진달래라고 말할 것이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그만큼 떼어놓을 수 없는 봄꽃의 라이벌이다.

 개나리가 울타리를 노랗게 장식할라치면 진달래는 붉은색으로 온통 뒷동산을 수놓는다. 이 두 가지 꽃의 색깔이 어우러져 3월의 봄빛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진달래꽃과 관련한 한국인의 정서를 그대로 대변한다.

 진달래를 두견화(杜鵑花)라 하고 소쩍새를 일명 두견새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두견새에 얽힌 이런 전설이 전해 내려 온다.

 옛날 촉나라의 망제(望帝)는 이름을 두우(杜宇)라고 하였다. 그는 위나라에 패망한 후 도망하여 복위(復位)를 꿈꾸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 새가 되었다는데, 이 새를 두견새라고 하여 망제의 넋이 씌워졌다고 한다. 두견이 피를 토하듯 울어 남긴 자국에 핀 꽃이 두견화, 곧 진달래인 것이다.

 화전놀이에서의 화전(花煎)도 두견화를 따서 찹쌀가루와 섞어 참기름에 지져먹는 진달래꽃과 관련된 민속행사이다. 

 진달래꽃의 꽃말은 '사랑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