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세시풍속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우유를 만들어 바친다. 10월 1일부터 정월까지 한다. 또 기로소(耆老所)에서도 우유를 만들어 여러 기신(耆臣)들을 봉양한다. 정월 보름에 가서 그친다.
인가(人家)에서는 10월을 상달[上月]이라 하여 무당을 데려다가 성주신[成造神]을 맞이하여 떡과 과일을 베풀어 놓고 빌어 집안의 편안함을 바란다.
20일에는 매년 큰 바람이 부는데 그것을 손돌바람[孫石風]이라 한다. 고려의 왕이 해로로 강화도에 들어갈 때 뱃사공 손돌[孫石]이 배를 험한 곳으로 몰고 들어갔다. 고려 왕은 의심이 나 노하여 그를 죽이게 했다. 이윽고 위험을 벗어났다. 그러므로 지금도 그 곳을 손돌목[孫石項]이라 한다. 손돌이 해를 입었으므로 이 날은 그의 노한 기운이 그렇게 하는 것이라 한다.
서울 풍속에 숯불을 화로 가운데 훨훨 피워 놓고 번철(燔鐵)을 올려 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 간장, 계란, 파, 마늘, 고추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 이것을 난로회(煖爐會)라 한다. 이 달부터 추위를 막는 시절 음식으로 이것이 곧 옛날의 난란회(煖暖會)이다. 또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무우, 외, 훈채(暈菜), 계란을 섞어 장탕(醬湯:장국)을 만든다. 이는 열구자 신선로(悅口子神仙爐)라는 칭이 있다.
생각컨대 <歲時雜記>에, "서울[北京] 사람은 10월 초하루에 술을 걸러 놓고 저민 고기를 화로 안에 구우면서 둘러앉아 마시며 씹는데 이것을 난로(煖爐)라고 한다" 고 하였다. 또 생각컨대 <東京夢華錄>에, "10월 초하루에 유사(有司)가 난로와 숯을 올리면 민간에서는 모두 술을 가져다 놓고 난로회를 한다" 고 했다. 지금의 풍속도 그러한 것이다.
메밀가루로 만두를 만드는데 채소, 파,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두부로 소를 만들어 싸서 장국에 익혀 먹는다. 또 밀가루로 세모의 모양으로 만드는데 이를 변씨만두(卞氏饅頭)라 한다. 변씨가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생겼을 것이다.
생각컨대 <事物記原>에, 제갈공명이 맹획(孟獲)을 징벌할 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남만(南蠻)의 풍속은 반드시 사람을 죽여 그 머리로써 제사하면 신이 받아먹고 음병(陰兵: 陰俗하는 군사)을 보낸다고 합니다" 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그 의견을 좇지 않고 양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밀가루로 싸서 사람의 머리 모양을 만들어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그랬더니 신이 받아먹고 군사를 내보내어 주었다. 후인이 이로 인하여 만두라고 한다" 고 했다. (三國志演義 제91회 참조). 대소쿠리에 넣어 찌므로 증병(蒸餠) 또는 농병(籠餠)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후사정(侯思正)이 먹었을 때 반드시 파를 잘게 썰고 고기를 섞었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또 멥쌀떡, 꿩고기, 김치, 만두가 있으나 김치가 가장 조촐한 시절 음식이다. 그 근원을 살피면 제갈무후(諸葛武侯:諸葛孔明)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의 반찬 중에 가장 좋은 음식은 두부다. 그 두부를 가늘게 잘라 꼬챙이에 꿰어 기름에 부치다가 닭고기를 섞어 국을 끓인 것을 연포국(軟泡湯)이라 한다. 여기서 포(泡)는 두부이며 회남왕(淮南王: 중국 漢나라 高帝의 손자 劉安을 말함)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생각컨대 육방옹(陸放翁)의 싯귀, "솥을 닦고 여기(黎祁)를 지닌다" 는 대목의 주(註)에, "촉인(蜀人)이 두부를 여기(黎祁)라 한다" 고 하였으니 지금의 연포가 곧 이것이다.
어린 쑥을 뜯어다가 쇠고기와 계란을 넣고 섞어 끓인 것을 애탕(艾湯)이라 한다. 또 쑥을 찌어 찹쌀 가루에 섞어 떡을 만들고 볶은 콩가루를 꿀에 섞어 바른 것을 애단자(艾團子)라고 한다. 또 찹쌀 가루로 동그란 떡을 만들어 삶은 콩을 꿀에 섞어 바르되 붉은 빛이 나게 한 것을 밀단고(蜜團고)라 한다. 이것들이 모두 초겨울의 시절 음식이다.
찹쌀 가루에 술을 쳐서 반죽하여 크고 작게 잘라 햇볕에 말렸다가 기름에 튀기면 고치같이 부풀어 오르는데 속은 비어 있다. 그것에 흰깨, 검은깨, 흰콩가루, 파란콩가루를 엿을 이용하여 붙인다. 이를 강정[乾정]이라 한다.
생각컨대 남전(藍田) 여씨(呂氏:중국 송나라 때 남전 사람 呂大臨)의 가품명(家品名)에 '원양전(原陽전)'이라 한 것이 바로 이 물건이다. 또 생각컨대 <餠餌閒談>에 "수병(수餠)은 콩가루에 설탕을 섞어 묻혀 만든다. 또 깨를 입히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호마병(胡麻餠:개떡)이라 한다" 고 했다. 그것 역시 이런 종류다. 이것이 이 달부터 시절 음식으로 되어 시장에서 많이 판다. 또 오색 강정이 있고 또 잣을 잣가루에 묻혀 바른 것을 송자강정(松子乾정:잣강정)이라 한다. 찹쌀을 불에 튀겨 꽃 모양을 만들고 엿으로 그것을 붙인 것을 매화강정이라 한다. 또 홍색과 백색의 강정이 있는데, 이것은 설날과 봄철에 인가(人家)의 제물로 실과 항렬에 들며 세찬(歲饌)으로 손님을 대접할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서울 풍속에 무우, 배추, 마늘, 고추, 소금 등으로 독에 김장을 담근다. 여름의 장담기와 겨울의 김장담기는 인가(人家)의 일년의 중요한 계획이다.
보은 풍속에 속리산 꼭대기에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의 사당이 있고 그 신이 매년 10월 인일(寅日) 법주사에 내려온다. 산중 사람들이 음악을 베풀고 이 신을 맞이하여 제사지낸다. 그 신은 45일 간 머물다가 돌아간다. (여지승람을 보라).
10월령 농가월령가
시월은 맹동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일 마저 하세
무우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무우 알암 말도 얼잖게 간수하소
방고래 구두질과 바람벽 맥질하기
창호도 발라 놓고 쥐구멍도 막으리라
수숫대로 덧울하고 외양간도 떼적치고
깍지동 묶어 세고 과동시 쌓아 두소
우리집 부녀들아 겨울옷 지었느냐
술 빚고 떡하여라 강신날 가까왔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앗아 국수하소
소 잡고 돝 잡으니 음식이 풍비하다
들마당에 차일치고 동네 모아 자리 포진
노소차례 틀릴세라 남녀분별 각각하소
삼현 한패 얻어 오니 화랑이 줄무지라
북 치고 피리 부니 여민락이 제법이라
이풍헌 김첨지는 잔말 끝에 취도하고
최 권농 강 약정은 체괄이 춤을 춘다
잔진지 하올 적에 동장님 상좌하여
잔 받고 하는 말씀 자세히 들어보소
어와 오늘 놀음 이 놀음이 뉘 덕인고
천은도 그지없고 국은도 망극하다
다행히 풍년 만나 기한을 면하도다
향약은 못하여도 동헌이야 없을소냐
효제 충신 대강 알아 도리를 잃지 마소
사람의 자식되어 부모 은혜 모를소냐
자식을 길러보면 그제야 깨달으리
천신만고 길러내어 남혼여가 필하오면
제각기 몸만 알아 부모 봉양 잊을소냐
기운이 쇠잔하면 바라느니 젊은이라
의복 음식 잠자리를 각별히 살펴 드려
행여나 병 나실가 밤낮으로 잊지 마소
고까우신 마음으로 걱정을 하실 적에
중중거려 대답 말고 화기로 풀어 내소
들어온 지어미는 남편의 거동 보아
그대로 본을 뜨니 보는데 조심하소
형제는 한 기운이 두 몸에 나눴으니
귀중하고 사랑함이 부모의 다음이라
간격없이 한통치고 네것 내것 계교 마소
남남끼리 모인 동서 틈나서 하는 말을
귀에 담아 듣지 마소 자연히 귀순하리
행신에 먼저 할 일 공순이 제일이라
내 늙은이 공경할 제 남의 어른 다를소냐
말씀을 조심하여 인사를 잃지 마소
하물며 상하분의 존비가 현격하다
내 도리 극진하면 죄책을 아니 보리
임금의 백성되어 은덕으로 살아가니
거미 같은 우리 백성 무엇으로 갚아볼까
일년의 환자 신역 그 무엇 많다 할고
한전에 필납함이 분의에 마땅하다
하물며 전답 구실 토지로 분등하니
소출을 생각하면 십일세도 못되나니
그러나 못 먹으면 재 줄여 탕감하니
이런 일 자세 알면 왕세를 거납하랴
한 동네 몇 홋수에 각성이 거생하여
신의를 아니하면 화목은 어이할꼬
혼인대사 부조하고 상장 우환 보살피며
수화 도적 구원하고 유무상대 서로 하여
남보다 요부한 이 용심 내어 시비 말고
그 중에 환과고독 자별히 구휼하소
제각각 정한 분복 억지로 못하나니
자네를 헤어 보아 내 말을 잊지 마소
이대로 하여 가면 잡생각 아니나리
주색 잡기 하는 사람 초두부터 그리할까
우연히 그릇들어 한번 하고 두번 하면
마음이 방탕하여 그칠 줄 모르나니
자네들 조심하여 적은 허물 짓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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