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지두풍(乾止杜風)
'건지산의 杜풍수' 라는 말인데, 되지 않게 아는 체 하는 경우를 두고 흔히 '건지두풍'이라 한다.
이씨 왕조를 이룬 전주 이씨의 처음 발상지는 그의 본관대로 전주요 그 주산이 건지산(乾止山)이다. 그런데 그 후손 가운데서 이 태조 같은 이가 나서 왕조를 열고보니 얘기는 달라진다.
건지산은 본시 북망산 모양 많은 무덤이 있던 산인데 풍수설을 믿는다면 반드시 어떤 명당 산소의 정기를 타서 이 태조 같은 후손이 났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건만 역사가 오래어 과연 이씨 선조의 산소일지 징험(徵驗)할 도리가 없는지라 일등 지관을 동원하여 이것을 감정하는 도리 밖에 없다. 그래서 뽑힌 것이 두씨(杜氏)라는 풍수였다는 것이다.
그래 그 많던 산소를 일제히 이장시켜 다른 산으로 내보내고 오직 한분상 정혈(正穴)에 든 산소만을 남겼는데, 이것을 능으로 봉하거나 또는 선조 산소라고 확정짓기에는 그래도 자신이 없었든지 그런대로 봉분만 그러모아 크게 하여 놓고 조경단(肇慶壇)을 모아 제향은 거기서 받들게 하였다는 것이 현지 사람의 전하는 얘기다.
이런 허무맹랑한 얘기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에 되지 않게 아는 체 하든지 할 경우 '건지두풍이지' 하는 식으로 놀리는 어투로 많이 사용을 하고 있다.
# 구천십장남사고(九遷十葬南師古)
남사고는 조선조 명종 때의 유명한 지관(地官)이다. 술수를 잘하여 서울의 산 이름을 보고 당파싸움이 일어날 것을 예언하고 인왕산 밑에 왕기(王氣)가 있어 중흥지주(中興之主)가 날 것이라고 하더니 선조(宣祖)가 임금으로 들어서더라는둥 일화가 많은 분이다.
자신이 용한 지관이기 때문에 자기 욕심으로 좋은 자리를 골라 아버님 산소를 모시고 보면 결함이 눈에 띄어 이렇게 옮겨 쓰기 여러 차례만에 마지막으로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의 명당을 얻어 다시 장사지내는데 한 역군이 노래로 부른다.
"구천십장 남사고야 비룡상천만 여기지 마라 고사괘수(枯蛇掛樹) 아닌가?"
깜짝 놀라 다시 산세를 살펴 보니 사룡(死龍)이라 그 역군을 만나려 하였으나 자취를 감추어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 지각유주(地各有主)라 땅에도 임자가 있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다 하고 간신히 흠이나 없을 자리를 구하여 썼다고 한다. '사욕(私慾)이 동하면 술수가 도리어 어두워진다'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또 '방관자명(傍觀者明)'이라는 말이 있듯 '곁의 사람이 밝게 본다'는 말은 실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기 때문에 바로 본다는 얘기.
# 그 말을 왜 했던고
조선조 효종 때 유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신라 때 불국사와 석굴암을 이룩한 김대성과 흡사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평양에 한 부부가 사는데 세상에도 똑똑한 아들을 두어 그 놈이 열 살 때의 일이다. 하루는 평안감사의 근감한 행차를 구경하고는,
"나도 공부 잘 해서 평안감사가 될 터야요".
부모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하였다. 그래, 우리같은 쌍놈은 공부가 제아무리 용하여도 그렇게는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번 못될 바에는 살아서 무엇 하겠느냐?"며 그날로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누웠다가 죽어버렸다.
그래 달리 다른 자식이라고는 없는 이 부부는 그날이면 잃은 자식의 제사를 지내주며,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무던히도 울었다.
그런데 이 유념이라는 분이 어려서부터 이상한 일이 하나 있는데, 자기 생일이면 꼭 꿈에 어딘가 가서 잘 먹는데 반드시 늙은 부부가 "그 말을 왜 했던고?" 하고 운다. 철이 든 뒤에도 죽 그러했는데 평안감사가 되어 부임하여 처음 겪는 생일 날 여전히 거기를 갔다. 이번엔 늙은 할머니만이 운다. 그리고 거기는 동헌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였다.
신기하여 밤중이건만 사람을 앞세우고 찾아가 보니 꼭 꿈에 보던 그 할머니가 같은 소리를 되뇌이며 울고 있다. 그에게서 연유를 알았고 꿈에 보던대로 영감은 연전에 죽어서 지금은 없는 것이다.
유념은 그 뒤 돌아와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못 이룬 소원을 성취하고 그의 영혼은 곱게 돌아간 모양이다.
# 아무 때 먹어도 김가가 먹어
가만 두더라도 임자는 따로 있다는 식으로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을 00 김씨 외척 세력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이 그럴싸하다.
조선조 말엽, 00의 국구(國舅) 김00 이 영의정이 되어 정권을 잡은 이래로, 김씨 일문이 어찌나 드세게 굴었든지 이씨의 왕조가 아무 때고 김가의 것이 되고 말 것이라는 데서 이런 말이 유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김00 에게 전라도 나주 출신의 불여우 같은 첩이 있어, 뒷손으로 회뢰(賄賂)와 청탁이 성행하고 수령 방백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오다시피 하였으므로 세상에서 이를 나합(羅閤)이라고 불렀었다. 나중, 흥선 대원군이 실권을 쥐게 되자 이 여자를 불러들여 물었더니 '합'이라는 건 조개 합(蛤)자라는 소리가 아니겠습니까고 했다는 여자다.
이네들이 정권을 길이 쥐려는 욕심에서 종친 가운데 왕통을 이을만한 똑똑한 사람은 차례로 몰아 죽이고 보니 이런 말이 나옴직도 하였다. 그래 흥선군의 남연군도 또 흥선군 자신도, 자기네 가문을 보전하기 위하여 상갓집 개라는 별명을 들으면서까지 행적을 감추어 똑똑지 않게 보이기 위하여 무진한 애를 태웠던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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