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고소설<두껍전>을 통해 본 민속(1) - 민간요법

如岡園 2010. 4. 16. 22:15

두껍전의 민속

 두꺼비와 여우의 반복되는 언변 대결이 추가 확장되는 방향으로 변모하여 가는 동물우화계 <두껍전>은 민간설화를 비롯한 상당한 분량의 역대 고사, 견문, 지식, 나아가서는 당시 일상 생활에서 통용되고 있던 생활 상식이 두꺼비의 입을 빌려 언설(言說)되고 있다.

 소설에서의 이러한 요소는 소설성을 반감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고소설에 관한 한 소설성 여부를 떠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말하자면 당대 <두껍전>을 일상적 삶의 다양한 정보, 견문을 넓혀 주는 자료로도 활용했던 사실을 방관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대인에게 있어 <두껍전>은 생활의 방침을 제시하는 지혜의 샘이었고, 두꺼비의 입을 빌려 언설된 내용에는 민속생활이 여과없이 투영되어 있다.

 우리 고소설의 향유자는 소설을 보다 폭넓은 읽을거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고소설을 보는 시각도 소설 미학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작품 외적 요소를 짚어보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두껍전>의 이본에 따라서는 이런 요소들이 극도로 확장되어 생활백과전서적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를테면 태극과 음양의 법칙, 팔괘와 육갑, 오행의 상생상극 원리, 오방과 오색, 천문법, 천동법, 부귀되는 볍, 태사르는 법, 우물 파는 법, 집에 여인 들이는 법, 옷마르는 법, 뫼터 보는 법,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팔진도법, 의약하는 법, 송엽주법, 점치는 법, 상보는 법, 풍월, 가무, 음식 만드는 법에 이르기까지 두꺼비의 입을 빌려 상세히 나열되고 있어 당시 민속의 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전승민간요법(傳承民間療法)

 * 변두풍(편두통) : 쇠머리 골에 청궁백지를 가루내어 한데 넣어 반숙하여 먹는다.

 * 귀먹은데 : 창포를 불에 달과 파뿌리와 한데 찧어 버무려 귀에 막는다. 또 호두기름도 넣고 길에 절

                    로 죽은 지렁이를 솜에 싸서 귀에 끼워 두면 좋다.

 * 인후염 : 음사피를 가루내어 술에 타 먹고 또 대총에 넣어 목구멍에 뿌리기도 한다.

 * 흉복통 :  토란을 갈아 생청에 버무려 먹는다.

 * 요통 : 녹각을 가루내어 술에 타 먹는다.

 * 귀앓이 : 잠두자를 살라 술에 타 먹는다.

 * 학질 : 쥐며느리를 가루내어 술에 타 먹는다.

 * 소변 불통 : 질경이를 꿀에 넣어 물을 붓고 달여 먹는다.

 * 임질 : 우슬을 탁주에 달여 먹는다.

 * 치질 : 웅담을 식초나 담배침에 개어 먹는다.

 * 해소 : 생강 넉냥중과 검은 엿을 한데 교합하여 사기 그릇에 담아 밥 위에 쪄 날마다 여러 번 먹는

             다. 

 * 치통 : 옻을 앓는 이에 바른다.

 * 풍단 : 침을 놓고 검금과 배추를 한데 두드려 부친다.

 * 설사 : 생강을 구워 쑥과 함께 다려 먹는다.

 * 이질 : 조기 골의 옳은 편 뼈를 가리어 가루내어 미음에 여러 번 타 먹는다.

 * 안질 : 나생이 즙을 내어 바른다.

 * 쌈눈 : 잉어 쓸개를 내어 넣는다.

 * 옻 오른 데 : 솔잎을 찧어 즙을 내어 바르고 또 잔디밭에 딩구르며 잔디뿌리를 달여 먹는다.

 * 태 못낳는 데 : 아희 아버지의 속옷으로 우물을 덮는다.

 * 아이 낳을 때 염불 빠진 데 : 피마자 씨를 많이 찧어 정수리에 붙인다.

 * 정종 : 참새를 잡아 정낭 위에 놓아 빨린 후에 꽈리를 터쳐 붙이고 또 마늘을 얇게 쪼개어 붙이되 죽

             침으로 구멍을 송송 뚫어 정 위에 놓고 그 위에 쑥을 놓아 불을 붙여 쑥김을 들인다.

 * 부기 : 개 쓸개를 다섯 부만 먹는다.

 * 황달 : 독고마리 즙을 내여 먹고 또 가물치도 먹고 또 미나리를 찧어 즙을 내어 수삼차 먹는다.

 * 개에 물린 데 : 황연을 가루내어 부친다.

 * 뱀에 물린 데 : 인분을 붙이고 또 석웅황을 가루내어 붙인다.

 * 대하증 : 옷베를 불에 살라 술에 타먹고 또 백탄숯을 가루내어 술에 타 먹고 또 익모초를 달여 공복

                에 먹는다.

 * 경풍 : 소금을 머리 정수리에 문지르고 체를 얼굴에 씌우고 찬물을 입에 물어 두세 번을 놀랍게 뿜으

             면 즉차한다.

 * 복학 : 쪽물을 먹고 또 웅담도 먹고 또 마른 송이를 가루내어 진유에 개어서 복학이 있는 배 위에 바

             른다.

 * 협담 : 마와 삼씨를 한데 찧어 붙인다.

 * 몸이 가려운 데 : 사상자를 달걀에 넣어 붙인다.

 

 이러한 민간 요법은 <두껍전> 이본에 따라 내용상의 가감이 있으나 대동소이하다. 박순호본 <두껍전>말미에 기록된 필사자의 후기를 보면 그 중에는 증험할 만한 내용이 많아 그대로 해보면 혹 맞는 것도 있고 맞지 않는 것도 있다고 하였으니, 이것을 실제로 증험한 사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두껍전>에 기사된 병 치료법은 모두가 그 당시 경험에 의한 민간 요법이었던 것이다.    (김재환 저, 우화소설의 세계. "두껍전의 민속적 고찰"에서 발췌)        '俗信으로서의 天文, 風水地理'로 계속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