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고소설<두껍전>을 통해 본 민속(2) - 천문 풍수지리

如岡園 2010. 4. 22. 11:14

俗信으로서의 天文 風水地理

 속신이란 초인적인 힘의 존재를 믿고 거기에 대처하는 지식이나 기술로서 매우 넓은 범위의 문화 표상의 하나다. 속신은 기층 문화 중에서 점하고 있어 대략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나 한 토막의 속신에도 그렇게 하게 된 최초의 원인이 있다. 그리하여 그 하나 하나를 보면 시시한 경우도 있으나 개중에는 깊은 근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어 거기에서 지식이나 기술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속신처럼 되어버린 <두껍전> 속의 천문 풍수지리는 동양적 사고에서의 과학적 상식에서 출발하였다. 태극 음양의 조화, 오행의 상생상극, 10干, 12支, 8괘를 바탕으로 한 천문 풍수지리에 대한 해석은 동양적 사고에서의 과학이자 속신(俗信)이 되고 있다.

 민속에서 각 방위에는 그 방위를 관장하여 지키는 방위신이 있다고 믿었다. 오방장군(五方將軍)이라 하여 동에는 靑帝, 서에는 白帝, 남에는 赤帝, 북에는 黑帝, 중앙에는 黃帝가 있다는 것이다. 동 서 남 북 중앙의 5방을 금 목 수 화 토 5행에 맞추어 방향을 규정하고 청 백 적 흑 황의 5색과 춘 하 추 동의 계절에 일련의 관계를 맺아놓고 인간사를 규제하였다. 여기에 다시 하늘을 응한 10干과 땅을 응한 12支를 결부시켜 甲乙日은 東方木, 丙丁日은 南方火, 戊己日은 中央土, 庚申日은 西方金, 壬癸日은 北方水를 응하였으며 子는 正北, 丑寅은 東北間, 卯는 正東, 辰巳는 東南間, 午는 正南, 未申은 西南間, 酉는 正西, 戌亥는 西北間이라는 방위 개념을 확립하여 묘터의 좌향(坐向), 출행(出行) 및 이삿날 길흉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았던 것이다.

 김광순 소장 105장 분량 필사본 <두껍전>은 日辰에 따른 생활상의 길흉 판단을 상세히 열거하고 있다.

 * 가을에 비가 자주 오면 내년이 가물지 않는다.

 * 정월 초 일일에 사방에 흰구름이 있으면 그 해 풍년이 든다.

 * 북방에 검은 구름이 지고 사방에 적운이 일면 오곡이 대길하고 병이 낫는다.

 * 정월 초 일일이 辰日이면 오곡이 무성하고 먼저는 가물다.

 * 정월 초 일일이 午日이면 여름에 병이 많다.

 * 정월 초 일일이 未日이면 봄과 여름이 가물고 풍우가 많다.

 * 정월 초 일일이 申日이면 오곡이 길하고 백성이 편하고 물이 많다.

 * 정월 초 일일이 酉日이면 오곡이 평평하고 병이 적고 먼저 물지고 후에 가물다.

 * 정월 초 일일이 戌日이면 오곡이 성하고 먼저 가물다.

 * 정월 초 일일에 동풍이 불면 인민이 모두 병하고 이산하며, 서풍이 불면 대풍하며, 남풍이 불면 봄이

    가물고 오곡이 길하고 물지고 우마가 죽는다.

 * 정월 초 일일에 동방에서 적운이 일어나면 봄이 가물고 백운이 일어나면 풍재가 있고, 서방에서 적

    운이 일어나면 겨울이 가물고, 황운이 일면 그 해가 가물고 황운이 많이 일어나면 난리가 난다.

 * 정월 망일에 달이 북으로 당기어 뜨면 두메가 풍년들고 남으로 가까이 뜨면 해변이 풍년들고 달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물지고 둥글고 황흑하면 두루 풍년이 든다.

 * 정월 초 일일에 비가 오면 칠월에 물진다.

 * 정월 초 이일에 비오면 유월에 물진다.

 * 정월 초 삼일에 비오면 보리 풍년이 들고 물진다.

 * 정월 초 오륙일에 비 오면 그 해가 크게 가물다.

 * 정월 초 팔일에 비가 오면 오곡이 불길하고 적난이 있다.

 * 정월 초 일일이 甲乙日이면 靑龍이니 백성이 이산하고 물이 많다.

 * 정월 초 일일이 戊己日이면 黃龍이니 백성이 천하대풍한다.

 * 정월 초 일일이 子日이면 오곡이 불성하고 가을 겨울에 물이 많다.

 * 甲乙日에 천동하면 태평하다.

 * 丙丁日에 천동하면 크게 가물다.

 * 戊己日에 천동하면 대풍진다.

 * 庚申日에 천동하면 난리나고 오곡이 길하다.

 * 壬癸日에 천동하면 물이 많이 지고 사람에게 병이 많다.

 * 정월에 지동하면 병이 많고 백성이 주린다.

 * 칠팔월과 구시월에 지동하면 병이 많고 백성이 주린다.

 * 섣달에 지동하면 우마가 많이 죽는다.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을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며 계절에 맞추어 섭생의 도리를 지켜왔다. 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생활을 이어오면서 민중 속 깊이 뿌리내려 일종의 신앙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런 우리의 풍습 가운데는 정초에 干支에 따라 지키는 속신이 있어 上子日, 上丑日, 上辰日, 上巳日, 上午日, 上酉日, 上戌日, 人日, 穀日, 초달팽이일, 敗日 등의 날에 대한 징후와 금기와 운세를 믿고 그에 따라 처신하였다.

 소설을 통하여 상식을 전달하고자 했던 <두껍전>에는 천문지리의 개략을 서두로 하여 상식화 되다시피한 양택풍수(陽宅風水)와 음택풍수(陰宅風水)를 세세히 열거하고 있다. 

 

  덕흥서림본 <두껍전>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사람의 집터 : 수기(水氣) 막히고 사면이 함포(含哺)하고 물은 횡대수(橫帶水) 되고 뫼는 유정하

                        고 생명방 트였으면 부귀하고 자손 창성하다. 

 * 山地(뫼터) : 청룡과 수구와 백호가 분명히 생긴 후에 穴處를 정하되 山盡水回하고 기운 모인 곳이

                      정혈이니 정혈이 되며 수기를 거두면 名將含哺하다. 주산이 수려하고 안산이 유명하고

                      청룡백호는 두 팔로 안은듯 병풍 친듯하고, 나서면 읍하는 듯하면 代代名穴로 百代千

                      孫하고 부귀공명한다. 

 * 좌향 정하는 법 : 선후천과 삼길유수와 이지오행과 육십갑자 칠요로 분금한다. 

                            - 오관풍이 들어오면 법관 복시한다.

                            - 염정수 비치면 지중화패가 있다.

                            - 癸丑을 범하면 자손이 없다.

                            - 水氣를 거두지 못하면 자손이 가난하다.

                            - 청룡이 사각이면 후세에 양자한다.

                            - 뫼 아래 가는 길이 있으면 자손이 범에게 물린다.

                            - 물이 사방으로 헤어지면 자손이 개걸한다.

                            - 삼재살과 도화살이 있으면 딸이 외입한다.

                            - 묘방이 앞이면 자손이 벼락맞는다.

                            - 역수가 급하면 자손이 도적질 한다.

                            - 면전 팔지수 있으면 자손이 역질한다.

                            - 안산에 부지살 있으면 자손이 객사한다.

                            - 경태풍이 들어오면 자손이 거짓말 한다.

                            - 혼군사에 장대를 놓았으면 자손이 초라니 된다.

                            - 청룡에 간부살 있으면 자손이 중아비 된다. 

 이에 비하여 김광순 소장본 <두껍전>에서는 풍수법에 근거하여 뫼터의 길흉을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 山盡水回하면 명기 생긴다.

 * 산수동지하면 穴이 안진다.

 * 병정봉이 근순하면 과거한다.

 * 건술봉이 웅장하면 부자난다.

 * 청룡이 회조하면 자손이 滿堂하다.

 * 청룡이 헤어지면 자손이 흩어진다.

 * 오호풍이 들어오면 신체가 엎드진다. 

 * 염정수가 비치면 지중에 화패가 있다. 

 * 癸丑을 범하면 자손이 망한다.

 * 水口가 헤어지면 집이 가난하다.

 * 청룡 사각이 있으면 후손이 양자한다.

 * 寅方에 바위 있으면 자손이 호랑이에게 죽는다.

 * 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면 자손이 개걸한다.

 * 탈지살이 도화살을 끼면 청상이 난다.

 * 경태풍이 들어오면 자손이 거짓말 잘한다. 

 * 주작봉이 흉살을 끼면 두 아비 두는 놈이 있다.

 * 辰巳方에 규봉이 있으면 과거도 나고 말재딸이 일색이 난다.

 * 외청룡이 좋으면 외손이 잘된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두껍전>의 필사자나 독자가 풍수지리에 대한 관심사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수용하고 보완하고자 노력까지 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風雨 등의 자연 현상의 변화가 인간 생활과 禍福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었던 것은 물론 풍수지리설을 좇아 묘지 혹은 집터의 안위를 갈구했던 풍습을 민속의 현장에서가 아니라 소설 작품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김재환 저, 우화소설의 세계. "두껍전의 민속적 고찰" 에서 발췌)       '觀相 占卜思想의 수용' 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