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백합/ 목단/ 클로우버

如岡園 2010. 7. 16. 19:05

          # 백합

 성모 마리아의 상징으로 기독교 의식에 많이 쓰여온 백합은 그 고아한 자태와 품격높은 향기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다.

 '솔로몬의 영화가 들에 피어 있는 한송이 백합을 따르지 못한다'는 마태복음 속의 예수의 말이나 구약에 나오는 '샤론의 백합'을 보면 백합의 역사는 대단히 오랜 것인가 보다.

 백합의 전설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로마신화.

 갓낳은 헤라클레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 싶었던 쥬피터가 그의 아내 쥬노를 잠재우고 헤라클레스에게 쥬노의 젖을 먹였다. 그때 성급히 구는 바람에 아기의 입 밖으로 몇 방울 떨어진 쥬노의 젖이 뭉쳐 흰백합이 됐다.

 다음은 기독교에서 유래된 것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밤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을 산책했다. 슬픔에 잠긴 동산의 모든 꽃들이 다 머리를 무겁게 숙이고 있는데 백합은 고개를 반듯하게 들고 예수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 자만했다. "나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향기롭고 가장 고결한 꽃".

 예수는 오만한 백합을 측은히 생각하면서 그 곁에 한동안 서 있었다.

 화가 난 달이 구름 속에서 뛰어나와 건방진 백합에게 다른 꽃들을 보여 주었다. 백합은 그만 얼굴이 빨개져서 머리를 숙여버렸다. 그때부터 백합은 머리를 들지 못하고 누구에게 용서를 비는 듯한 모양이 되었단다.

 또 하나, 아리스라는 소녀를 탐내는 못된 성주가 있었다. 아리스는 갖은 방법으로 성주를 피했지만 결국은 납치됐다. 성주의 손을 벗어날 재주가 없는 아리스는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를 올렸다. 마리아는 아리스를 한송이 향기로운 백합으로 만들어서 위험을 모면케 해 주었다.

 또,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 먹고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가 흘린 참회의 눈물이 백합이 되었다고 한다.

 백합의 꽃말은 '신성', '순결', '희생'이다

 

          # 모란(목단,牧丹)

 꽃 중의 왕이라는 모란은 청초하지도 요염하지도 않다. 모란은 근엄하기까지 한 무뚝뚝한 생김새로 차분한 안정감을 풍기는 분위기를 가진 꽃이다.

 부귀화(富貴花)로도 불리우는 5월의 꽃 모란. 전설엔, 중국의 유명한 학자 한퇴지 선생이 등장한다.

 한퇴지선생이 아직 이름을 날리기 전에 마을에 글방을 열고 학생을 모아 가르쳤다. 그 글방엔 한퇴지선생의 조카도 와서 글을 배우고 있었는데 어쩐 셈인지 성적이 아주 불량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하고 태만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눈여겨 보면 오히려 뛰어나게 성적이 좋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데 웬 일인지 영 신통찮았다.

장래가 근심된 한퇴지선생은 아마 선생이 아저씨라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조카를 다른 글방으로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아저씨에게서 배우던 것과 신통하게 똑 같았다. 여전히 애는 남보다 몇 갑절 더 해도 성적은 꼬리에 붙어 있었다.

 한퇴지선생은 조카를 불러놓고 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이냐. 너는 다른 건 다 그만그만하면서 왜 공부는 남을 따르지 못하니. 사람은 누구나 한가지씩은 재주가 있다더라. 너는 도대체 그게 뭐냐."

 "죄송합니다 아저씨. 공부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나 모란꽃만은 제 맘대로 기릅니다. 한번 길러 보지요."

 조카는 일주일 동안 모란을 만진 뒤에 짐을 꾸려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뒤에 모란 열 네 송이가 가지각색으로 피었는데 꽃 속에 하나씩 글자가 즐어 있었다.

    雲橫秦嶺家何在(구름이 진령 높은 고개에 가로막혀 집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雪擁藍關馬不前(눈이 남관을 싸고 있어 말은 걷지 못하는구나)

 한퇴지선생이 고향을 떠나며 지은 젊은 시절의 시였다.

 모란의 꽃말은 '부귀', '성실'이다.

 

          # 클로우버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피어오르는 여름 오후, 풀향기 짙은 풀밭에서 네잎 클로우버를 찾지 않은 소녀가 없으리라.

 꽃을 엮어서 목에 거는 꽃목걸이를 만들고, 반지에 팔찌에 온통 흰 클로우버꽃으로 단장하고 수줍은 신부처럼 하늘 아래 딩굴던 옛날.

 클로우버는 고향에의 향수처럼 달콤한 기억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세잎은 감사, 네잎은 행복. 감사는 젖혀놓고 행복을 따고 싶어 해가 저물도록 풀밭을 뒤지면서 네잎 클로우버를 찾는 마음은 행복의 참뜻도 모르고 부끄럽게 욕심부리던 시절의 순수한 열망이다.

 소망, 신앙, 사랑, 행운의 네잎 클로우버는 프랑스의 영웅 나뽈레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나뽈레옹이 어느 큰 싸움터에서 문득 네잎 클로우버를 보고 그것을 따려고 허리를 굽혔다. 그 때 총알이 씨잉 소리를 내며 바로 머리 위로 지나갔다.

 네잎 클로우버 덕택으로 목숨을 건진 나뽈레옹은 뒤에 프랑스의 황제가 되었고 그때부터 네잎 클로우버가 액운을 면하고 황제가 된 나뽈레옹의 그 행운의 뜻이 그대로 전해 퍼진 것이었다.

 아일랜드에서는 세잎 클로우버를 성부, 성자, 성신이 삼위일체를 이루어 악마와 마귀에게서 사람을 보호해 준다는 아름다운 미신을 믿고 있었단다.

 그 이유는 성 파트릭이 아일랜드에서 포교사업을 할 때 국왕을 비롯한 귀족들 앞에서 기독교의 삼위일체에 세잎 클로우버를 예로 들어 설교한 데서 비롯되었다.

 국민성, 용감, 기지를 나타낸다는 클로우버는 아일랜드의 국화다.

 클로우버 잎사귀에 흰 빛이 둘러진 데 대해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이렇게 많은 꽃들 중에서 어느 꽃을 찾아 가야 할지,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가르쳐 준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배가 무척 고픕니다."

 꿀벌의 불평이 그럴듯하게 들린 하나님은 천사에게 명령해서 클로우버 잎에 흰 물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게 했다.

 그 후로 클로우버를 찾아다니면서 충분히 꿀을 마실 수 있게 된 꿀벌들의 불평이 없어지고 클로우버 잎사귀엔 하이얀 동그라미가 영원히 남겨졌다.

 클로우버의 꽃말은 '평화', '너와 더불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