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초(캄파뉼라)
조롱조롱 매달린 종을 닮은 풍경초는 화려한 각색의 꽃으로 피어나 실바람만 불어도 하늘거린다.
풍경초의 '풍경'은 처마끝에서 댕그렁 댕그렁 울리는 풍경을 말하는데, 풍경을 울린다는 것에 캄파뉼라라는 소녀의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캄파뉼라는 이유다스와 님프 카키스 사이의 딸이다.
쾌활한 아버지의 성격을 닮아 캄파뉼라도 누구에게든 귀여움을 받는 명랑하고 부지런한 소녀였다. 캄파뉼라의 아버지는 정원사였다.
신들은 사랑스런 캄파뉼라도 무슨 일인가 한 가지는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에게 금사과를 지키게 했다.
금사과는 신들의 과수원에 있는 사과나무에 열렸다.
캄파뉼라는 즐겁게 무거운 직책을 떠안고 여전히 아름답고 귀엽게 금사과를 지켰다.
캄파뉼라는 은방울을 갖고 있었고 만약의 일이 생기면 흔들어서 힘센 드라곤 용을 부르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캄파뉼라의 책임있는 태도는 금사과나무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날, 그날도 캄파뉼라는 가벼운 콧노래를 부르며 금사과나무를 지키고 있었는데 어쩌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낯선 병정이 막 금사과를 따려는 순간이었다.
캄파뉼라는 은종을 힘껏 흔들었다.
갑자기 들리는 종소리에 놀란 병정은 자기 신변의 위험을 직감으로 깨닫자 엉겹결에 캄파뉼라를 찔러 죽였다.
흔들어대던 은종을 꼭 쥔채 사과나무 밑에서 캄파뉼라는 외롭게 죽었다.
병정은 도망치고 금사과는 하나도 도둑맞지 않았지만 다시는 캄파뉼라의 맑은 웃음을 볼 수 없었다. 저녁에 과수원 주인 기뽈스가 순찰하다 처음 캄파뉼라의 죽음을 알았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목숨을 걸고 책임을 다한 캄파뉼라를 가엽게 생각해 종을 닮은 풍경초로 만들었다.
그래서 풍경초의 다른 이름은 캄파뉼라이고 꽃말은 '충성'이다.
# 옥잠화
비녀를 닮은 옥잠화에는 선비와 피리와 선녀와 비녀가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석주라는 곳에 한 선비가 있었다. 그 선비는 피리를 신묘하게 잘 불었고 그는 피리 부는 일 밖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선비의 전신은 그저 한때는 그도 행복하게 살았었는데 어떤 불행한 일을 당해서 지금처럼 되었다는 정도였다. 아무튼 그에게는 가족도 집도 돈도 친구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에게 있는 것은 손때 묻은 피리 뿐이었고 그가 하는 일은 끊임없이 피리를 부는 것 뿐이었다.
선비가 산 위 높은 정자에 앉아 피리를 불던 밤이었다. 지그시 감은 눈자위로 아무도 모르는 선비의 행복했던 옛날이 스치고 피리가 내는 소리는 지상의 것이 아닌 듯 황홀했다.
어두운 밤, 갑자기 천지가 대낮같이 밝아지고 달빛을 타고 선녀 하나가 내려와 선비 앞에 섰다. 좋은 향기에 눈을 뜬 선비는 놀라서 불던 피리를 입술에서 떼었다.
"아니, 놀라지 마시고 계속하십시오. 피리소리가 너무나 절묘해 배우고 싶어서 달에서 내려왔습니다. 어려워 마시고 밤이 새도록 당신이 알고 계신 가락을 모조리 들려주십시오."
선녀는 피리소리에 취해 달이 기울어지는 줄도 모르고 거기 머물러 있었다. 심혈을 기울여 부는 피리소리는 어느 때 불었던 것보다도 아름답고 신비로왔다.
이윽고 선녀가 옷자락을 펄럭이며 일어섰다. 더 듣고 싶지만 날이 새기 전에 올라가야 한다는 선녀를 붙잡고 피리주인이 애원했다. 그대로 헤어지기 너무 아쉬우니 내려왔었던 기념으로 무엇을 남겨달라는 선비의 말에 여인은 옥비녀를 빼서 주고 올라갔다. 너무 황송해 잘못 땅에 떨어뜨린 옥비녀에서 옥빛깔 꽃을 피운 화초가 돋아났다. 이 꽃이 오잠화란다.
옥잠화의 꽃말은 ,추억'이다.
# 포도
초여름에 연두빛을 살짝 띄운 흰꽃이 피었다 지면 조그만 알들이 송알송알 맺히고 그것이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는 신선한 과일로 자란다.
기독교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후에 하나님이 알메니아의 마라라트 공장에서 포도를 재배하게 했다고도 하고, 그리스 신화에서는 술의 신 박카스가 인도에서 갖다 퍼뜨린 것이라고 나타나 있다.
또 아프리카에선 오시리스라는 신이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재배했다고 알려지고 있고 실제 이집트의 피라밋 속에서 포도씨가 발견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포도의 역사는 적어도 4천 5백 년은 된 셈이다.
당나라 고종이 신하를 모아 놓고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잔치에는 고종이 특별히 준비하도록 한 포도가 가득히 쌓여 있었다.
모두들 흥겹게 담소하며 즐기는데 시중벼슬을 하고 있는 진달숙은 침울하게 앉아 있었다. 더구나 임금이 애써 구한 포도는 한 알도 건드리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고종이 그 이유를 물었다.
"어머님이 병석에 계십니다. 얼마 전부터 포도를 잡수셨으면 해서 백방으로 찾아 보았지만 아직 구해다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여기서 포도를 보고 어찌 제가 입 안에 넣을 수 있겠습니까."
진달숙의 대답을 들은 고종은 상 위의 포도를 그의 어머니에게 보내었다. 포도에 얽힌 효심의 일화이다.
포도의 꽃말은 '유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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