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테고리 '寓話의 世界'를 열면서
인간의 정황(情況)을 인간 이외의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로 꾸며서 어떤 도덕적 명제나 인간 행동의 원리를 예증하는 짧은 이야기가 우화이다.
사람은 흔히 스스로가 어리석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리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화는 우리들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소재로 하여 흔히 동물들의 일로 가탁(假托), 알레고리화 함으로써 지혜로운 삶을 교시해 주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이다.
우화에는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든가 동물 세계가 그려진다는 현저한 특징 때문에 우화라고 하면 흔히 동물우화를 일컫게 된다. 이렇게 동물의 이야기를 빌려서 인생의 도리를 말하려고 하는 것은 동서 고금을 통하여 세계 인류에 공통된 취향이다.
인도의 불교 경전 중에 있는 상당수의 설화에서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을 교화하려는 것이 많고, 희랍의 이솝우화도 거의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이다.
장자의 논설 가운데 동물을 주재(主材)로 한 우언이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인도의 우화가 불교의 교의(敎義)와 결합되어 자못 환상적인 것이었고, 희랍의 우화가 노예에 기탁(寄託)하여 세속성이 강한 것이었다면, 중국의 우언은 정치적 윤리적 색채가 농후하다.
우화는 인간이 개화된 때 만큼이나 오래된 장르이다. 고대의 우화의 창작자인 이솝은 우화를 도덕의 정리(定理)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산문으로 된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도덕적 교훈에 종속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정신에 충실하였던 페에드르와 바르비오스는 이 산문을 라틴詩와 그리스詩로 각각 옮기어 놓았고, 로마의 호라스, 프랑스의 마로, 라블레, 레니에와 같은 작가를 통하여 우화시로 발전하고 '라 퐁떼느의 우화'에서 꽃을 피운다.
이솝 우화 중의 '왕을 바라는 개구리 들'은 우리 나라에서 김성한에 의해 <개구리 (原題; 제우스의 자살)>라는 창작 단편 동물우화소설로 재구성 되어 있기도 하다.
흥미와 교훈의 보고(寶庫), 동물의 탈을 쓴 인간모습, 인간심리의 원색판인 '우화의 세계'를 열어 보기로 한다.
고대 희랍의 이솝, 프랑스의 라퐁떼느, 러시아의 끄르일로프의 우화 가운데서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우화를 소개할 것이다. 그것은 곧 마음의 만화경(萬華鏡)이요, 초상(肖像)의 화첩(畵帖)이며, 윗트의 성전(盛典)이 될 것이다.
왕을 바라는 개구리들
아름다운 호수에 개구리 몇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행복하게 소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들을 통치해 줄 왕이 있으면 더욱 행복하리라 믿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쥬피터 신에게 사신을 보내었다. 왕을 보내달라는 청원이었다.
쥬피터 신은 개구리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쥬피터 신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왕의 통치하에 살기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쥬피터는 개구리의 청원을 일축할 수가 없었다.
"그럼 왕을 보낸다. 너희들을 통치할...".
쥬피터는 굵직한 토막나무 한 개를 물 가운데로 던졌다. 나무토막이 떨어지는 바람에 개구리들은 그만 깊숙한 곳에 곳에 숨어버렸다.
잠시 후 그들 가운데 가장 용감한 개구리 한 마리가 왕을 보려고 머리를 내밀었다. 나무토막이 물 위에 고요히 떠 있었다. 다른 개구리들도 하나 둘 물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들의 위대한 왕을 우러러 보기 위해서...
그러나 나무토막은 움직이지 않았다. 개구리들은 그 주위를 헤엄쳐 돌아다니다가 그 토막나무 위에 하나씩 하나씩 올라 앉았다.
"이것은 왕이 아니다. 미련한 나무토막이다."
영리하고 늙은 개구리의 말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또다시 쥬피터에게 사신을 보내었다.
- 우리들을 통치할 왕을 보내주시기 청원합니다.
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원이 두번째로 쥬피터 신에게 접수되었다.
쥬피터는 다시금 청원을 받기 싫어서 이번에는 황새를 보내었다.
개구리들은 황새가 엄숙한 그리고 늠름한 태도로 호수를 향해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보란 말이야, 저 늠름한 모습을, 저 멋있는 모가지를, 과연 왕이로다. 이제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어!"
개구리들은 기쁨을 참지 못해 싱글벙글했다.
그러나 문제는 달랐다. 황새는 그들에게 가까이 와서 걸음을 멈추고 모가지를 길다랗게 뽑아내더니 한 개구리의 대가리를 물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또 한 놈을, 또 한 놈을, 질서있게 잡아 먹고 있었다.
"이게 뭐야?"
개구리들은 놀라 외쳤다. 그리하여 겁을 잔뜩 먹고 물가로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다리가 긴 황새는 껑충껑충 물가까지 와서 재빠르게 냉큼냉큼 집어 먹었다.
"아, 차라리 우리가 그냥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늙은 개구리가 말을 덧붙이려 했으나 이미 황새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개구리들은 쥬피터 신에게 구원을 외쳤다. 그러나 쥬피터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황새는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를 개구리로써 해치웠다. 얼마 안되어 그 호숫가에는 한 마리의 개구리도 볼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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