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와 두 마리의 족제비
박쥐가 날아다니다가 족제비집으로 잘못 들어가고 말았다. 박쥐가 쑥 들어오는 것을 보자, 족제비는 전부터 쥐란 놈이 미워 못견디던 참이라 한 입으로 물어 죽일 듯이 덤벼 들었다.
"너 이놈 뻔뻔스럽게도 내 집에 들어왔구나, 네 친구놈들이 나를 못살게 굴어서 분해 죽을 지경인데 너 생긴 꼴이 그 놈들과 같다."
"족제비 아주머니, 제가 누군 줄 알고 그러십니까?"
"넌 쥐가 아니면 뭐야, 똑 바로 대라, 쥐란 놈들은 고약한 놈들이야."
"아닙니다. 저는 쥐가 아니예요. 어떤 못된 놈이 그런 말을 퍼뜨렸는지 몰라도 저는 쥐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덕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 새입니다. 자 이 날개를 보십시오. 저는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랍니다."
박쥐의 말에 족제비는 그만 귀가 솔깃했다. 박쥐가 날개를 휘저으며 떠벌였다. 그 변명이 그럴 듯 하여 족제비는 마음이 풀려 박쥐를 그냥 보내 주었다.
이 박쥐는 그 곳에서는 온갖 변명으로 해방되었으나 그 이틀 후 또 잘못하여 다른 족제비집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 족제비는 새를 몹시 미워했다. 그러니까 날개가 달린 박쥐를 보자마자 당장 물어 죽이려고 악을 썼다.
박쥐는 당황했다. 그래서 박쥐는 양 깃을 몸에 달싹 붙이고 그 족제비에게 변명을 뇌까렸다.
"나를 새라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주머니는 눈도 없으세요? 새란 놈은 첫째 몸에 깃이 있어야 새지요. 저 몸을 만져보세요. 이게 쥐가 아니고 뭐예요. 우린 고양이란 놈이 가장 원수랍니다."
그럴사하게 줏어대는 박쥐의 소리에 족제비는 그만 속아버렸다. 박쥐는 또 죽음의 수난을 간신히 면하고 풀려 나왔다.
- 이 박쥐처럼 그때 그때 궤변을 늘어놓으며 처세하는 사람이 이 세상엔 그 얼마나 될까?
사슴과 우물
한 마리의 사슴이 맑은 샘물에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 보고 자기의 뿔에 스스로 반해버렸다. 그러나 장대같이 가느다란 다리를 보고 실망했다.
그 때 큰 개 한 마리가 나타났다. 사슴사냥을 나온 개였다. 개는 갑자기 사슴에게 덤벼들었다. 사슴은 혼비백산하여 숲으로 도망쳤다. 결국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제대로 달릴 수 없었다. 아까 본 뿔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사슴은 곧 잘못을 뉘우쳤다. 그것은 뿔이란 방해물 때문에 자기의 생명을 유지치 못하는 안타까움을 절감한 것이다. 하늘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 즉 다리를 저주한 잘못은 곧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 쉽게 말해서 아름다운 것을 숭상하고 이로운 것을 천시하는 것은 이 세상의 풍습이었다. 그러나 때때로 아름다운 것이 우리의 원수가 되는 수도 있다. 모름지기 외관의 미 때문에 이익을 잊는 수가 있다. 결코 번쩍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
성자(聖者)의 기념품을 걸머진 나귀
나귀의 등 위엔 성자의 기념품이 실려 있었다. 사람들은 길가에서 그 기념품을 우러러 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나귀는 저를 보고 하는 절인 줄 알았고 또 향불을 피우며 찬송가를 부르는 것마저 저를 위한 일인 줄 생각했다. 그리하여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아주 잘난 체 뽑내며 건방지게 걷고 있었다.
어느 한 사람이 나귀의 그 오만한 모습을 보자 나귀의 귀에다 입을 대고 가만히 경고했다.
"여보게 나귀, 되지 못한 허풍을 떨지 말라. 남들이 허리를 굽히며 절하는 건 자네가 잘나서 그러는 게 아니라 자네의 등에 실려있는 성자의 기념품 때문이라네."
- 학문이 없이 무식한 관리는 자기가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줄 알고 있을 뿐 그 옷이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옛부터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속은 텅텅 비었어도 옷이 한번 더 돋보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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