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 꽃의전설

월계수/동백/시클라멘

如岡園 2010. 12. 27. 16:15

          # 월계수(月桂樹)

 오비디우스의 전신부(轉身賦)에는 올림프스 12신의 하나인 음악과 시의 신 아폴론과 요정 다프네와의 불행한 사랑의 이야기가 있다.

 천상에서 아폴론 신은 우연히 화살을 들고는 나체로 싸다니는 사랑의 동신(童神) 에로스를 만나 놀려 주었다.

 "조그만 녀석이 활은 무엇하러 들고 다니는 거야. 활은 나같은 어른이 쓰는 거야".

 에로스는 아폴론을 말똥말똥 쳐다보며,

"큰소리 말아요. 이 화살도 만만치 않아요. 어디 이걸로 당신 한 번 쏘아 볼까요?".

 파르낫소스 산까지 날아간 에로스는 잔등의 화살통에서 화살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날카로운 황금 살촉이 달린 것으로 이것을 맞으면 연모의 정이 불타 오른다. 다른 하나는 무디고 침침한 납으로 된 화살로 이것에 맞으면 세상이 싫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에로스는 납으로 된 화살을 페네이오스 강의 소녀 다프네를 향해 쏘고, 황금 살촉이 달린 화살을 아폴론을 향해 쏘았다.

 제우스 대신에게서 벌을 받고 아르메토스 왕의 목동 신세가 된 아폴론은 가끔 들에 나와 노는 다프네의 청초한 미모에 마음이 끌렸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아름다운 두 뺨, 천진한 교태, 어진 입매, 보드라운 손가락, 하이얀 목덜미, 부드러운 어깨의 곡선, 볼록한 젖가슴...... 아폴론은 이제 그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만족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프네는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의 권유에도 시집은 안간다고 우겨 왔었다.

 참다 못해 아폴론은 다프네의 이름을 부르며 뒤따르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철없는 다프네의 눈에는 아폴론 신도 결국 시골 목동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던가?

 하루는 계속 다프네의 뒤를 달려갔다. "무서워 할 건 없어. 난 네가 예뻐서 이렇게 쫓아가는 거야. 내 말을 들어 봐. 난 델포이의 왕자야. 제우스가 우리 아버지야".

 달아나면 달아날수록 그녀의 뒷모습은 귀엽기만 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치마 밑으로 햐얀 다리가 들어나고 노란 머리칼이 휘날렸다.

 청년 신은 이제 아무리 말로 달래도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럴수록 더욱 가슴은 타오르고 발길은 더 빨라졌다. 이제 몇 발자국, 겁에 질린 처녀는 겨우 눈앞에 나타난 자기 아버지 페네디오스 강신[河神]을 향해 살려달라고 고함을 쳤다. 흥분한 아폴론 신의 손길이 막 다프네의 허리에 가 닿으려는 순간 처녀의 발이 짜릿해지면서 감각을 잃었다. 그 날씬한 허리는 굳은 나무껍질로 뒤덮였다. 초여름 햇볕을 받고 휘날리던 금발은 초록빛 잎사귀로 변하고 그 어여쁜 두 팔은 날씬한 나무가지로 변했다.

 아폴로 신의 사랑도 그대로 꺼지지 않았다. 줄기를 어루만지는 신의 손바닥에는 처녀의 심장의 고동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아폴론은 안타까워하며 나무가지를 껴안고 키쓰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다프네, 이젠 너를 아내로 삼을 수도 없게 되었구나. 하지만 이제 내 나무가 되어주렴. 이제부턴 내 리라와 화살 둘과 내 머리를 네 가지로 장식하고 다닐테야. 다프네(月桂樹)! 그리고 화려한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청년의 머리에 그리고 눈부신 전공을 세우고 돌아온 장군들의 머리에 네 잎사귀를 둘러 주게 하겠어."

 월계수는 그리시아 말로 다프네(Daphne)다.

 월계수의 꽃말은 '영광(榮光)'이다. 

 

          # 동백

 횡포한 왕에겐 왕위를 물려줄 왕자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왕은 동생의 아들에게 나라를 맡겨야 했다. 왕의 동생은 조그만 성의 성주로 어질고 현명했다. 그리고 장차 왕위를 계승할 그의 아들도 큰아버지인 왕과는 달리 고결한 천품을 타고난 이들이었다. 

 왕은 동생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이 언짢아서 틈틈이 동생의 아들을 살해하려 했다. 아들들의 생명이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위험을 느낀 성주는 양자 둘을 데려다 놓고 아들들을 숨겼다.

 언젠가 보고 싶으니 두 아들을 궁 안으로 들여보내라는 전갈을 받고 성주는 가짜 아들들을 보냈다. 그 가짜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두 왕위 계승자를 죽인 왕은 그 후로는 동생에게 아무 탈을 잡지 않았고, 덕택에 늘 불안하던 성주의 생활은 겨우 평온을 찾았다. 

 숨겨둔 진짜 아들들은 뛰어난 재주와 총명의 도움을 받으면서 왕이 될 재목으로 꿋꿋하게 성장했다. 그대로 평온은 지속될 것 같았고, 그 뒤에 곧 찾아온 비극은 예상하지도 못했다.

 왕의 귀에 진짜 왕자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새어들었고 노발대발한 왕은 성주와 진짜 아들들을 잡아들였다.

 "너는 왕을 기만했다. 여기서 저 두 놈이 가짜 왕위 계승자라는 선언을 해라".

 왕의 명령은 추상같았고 성주는 그 이상 괴로움을 받기 싫어서 진짜 아들들을 가짜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그렇다면 그 가짜 왕자를 당장에 네 손으로 죽여라".

 만사가 틀렸다는 생각에 성주는 눈을 감았다. 

 (할 수 없지. 운명인 것을...... )

 성주는 칼을 들고 사랑하는 아들들을 베려 했다. 돌연, 두 왕자는 새로 변해 날고 날개소리가 우뢰로 변했다. 

 궁전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려앉고 성주는 큰 꽃나무가 되어 뿌리를 뻗었다.

 두 마리의 새는 동박새, 꽃나무는 동백꽃나무다. 

 동백꽃의 꽃말은 '자랑'이다.

 

          # 시클라멘

 시클라멘의 다른 이름은 싸우부럿트, 즉 돼지의 밥이라는 말이다.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인데 산돼지들이 이 덩이뿌리를 파먹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란다.

 신은 어느 봄선녀보다도 사이클라멘을 귀여워했다. 쾌활하고 노래 잘 부르고 그 많은 선녀 중에서 가장 예쁜 그녀를 아끼는 신은 모든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만 시켰다. 사이클라멘이 하는 일은 꽃소식을 전하는 일이었다.

 "앉은뱅이꽃아, 넌 삼일 후에 피란다. 그리고 진달래 넌 그대로 잠들어 있거라. 아직 신의 명령이 없단 말이야."

 꽃들은 봄을 기다리고  사이클라멘이 오기를 기다렸다. 모든 꽃이 전부 신의 전령인 그녀를 좋아했다.

 사이클라멘은 꽃을 찾아다니며 신의 명령을 전하고 초조해 하는 꽃들을 위로해 주었다. 그녀는 그 일이 즐겁기만 했다. 더구나 벌판에 양치는 소년이 그녀를 사랑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런데 어느 하루 양치기 소년이 나타나지 않았다. 사이클라멘은 그 일 때문에 괴로움을 느끼고 참다 못해 하루는 양치기 소년을 만나러 갔다.

 "들에 꽃이 피지 않아 양들의 먹이를 찾아다니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양치기 소년의 말이었다.

 사이클라멘한테는 신보다도 사랑이 귀중했다. 이 말을 들은 사이클라멘은 신의 명령도 묻지 않고 벌판을 마구 쏘다니며 외쳤다.

 "진달래, 철쭉, 지금 당장 꽃을 피워라. 백합 너도, 그리고 앉은뱅이, 달맞이, 채송화, 봉선화, 국화야. 아니 꽃들아전부 전부 꽃을 피워라".

 사이클라멘은 단번에 수많은 꽃을 피워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배반 당한 것을 알았다. 양치기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냇물의 신과 꽃숲에서 놀려고 속인 것이었다. 

 사이클라멘은 이제는 다시 지상에 내려오기도 싫었고, 게다가 신의 명령을 어긴 자기가 미워서 그만 날개 돋힌 옷을 벗어버렸다. 

 그 옷이 땅에 내려와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나비 모양의 시클라멘꽃으로 변했다.

 시클라멘의 꽃말은 '시기', '질투',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