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와 이리
어느날 아침 사자가 염소새끼를 잡아먹고 있었다. 이 때 강아지 한 마리가 사자의 밥상 옆을 졸랑졸랑 돌아다니다가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었다. 아직 철부지 강아지의 소행인지라 사자는 눈살만 찌프렸을 뿐 성은 내지 않았다.
이 광경을 이리 한 마리가 저편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옳지, 저렇게 온순한 걸 보니 사자란 짐승은 아마도 기운이 없는 모양이구나.)
이리는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도 한덩이를 집어먹기 위해서 강아지의 흉내를 내며 염소새끼 고기에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리의 강아지 흉내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사자의 밥이 되고 만 것이다.
"야 이놈 이리야, 너는 강아지가 하는 짓을 보고 까부는데 네게까지도 내가 모른 척 할 줄 아느냐? 강아지란 놈은 아직 어리니까 철부지지만 너는 다 자라서 아기가 아닌 걸 너도 모르고 있단 말이야?"
사자는 이리를 물어뜯었다.
# 여우와 모르모트
여우 한마리가 정신없이 앞만 바라보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어딜 가신다고 옆도 안 보시고 달음박질을 하십니까?"
모르모트가 여우 바로 뒤에서 이렇게 물었다.
"모르모트 아저씨, 웬일이십니까? 나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가는 길이랍니다. 글쎄, 내가 뇌물을 먹었다고요. 이런 기가 막히는 얘기가 어디 있어요?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나는 닭장에서 재판관을 지내지 않았습니까? 그놈의 재판사무 때문에 늘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일만 죽자고 했는데 그런 나를 뇌물 먹었다고...... 어떤 놈의 중상인지 글쎄 생각 좀 해보세요. 남이 하는 수작에 일일이 귀를 기우렸다간 세상의 옳은 일이란 하나도 못 처리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내가 뇌물을 먹을 수 있는 여우인가부터 따져 봐 주십시요. 그리고 내 증인으로 나와주시지 않으렵니까? 그처럼 바쁜 일 가운데서 뇌물을 먹을 기회란 없다구요."
"아니 아주머니, 아주머니 코에 내 털이 붙어있는 걸 확실히 보았거든요."
모르모트는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다.
- 남에게 언제나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치고 늘 가난에 쪼들리는 자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의 울상을 보고 동정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가난 때문에 금시 죽을 지경에 당도한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은 곧잘 훌륭한 집을 짓고 호화로운 옷을 걸친다. 그런 사람을 두고 여우같다고 할까? 그리고 그런 일을 규탄하는 자를 모르모트라고 할까? -
# 이리와 뻐꾹새
"뻐꾹새야 잘 있거라."
이웃집의 이리가 봇짐을 꾸려가지고 나오면서 나무 위에 점잖게 앉아 있는 뻐꾹새를 쳐다보고 하는 말이다.
"이리아주머니, 어딜 가셔요?"
"난 조용히 살 수 있을까 하고 여기 왔는데 못살겠어. 여기도 역시 사람들이 있으며 사나운 개가 있으니 어디 맘놓고 살겠니? 그놈들은 모두 심뽀가 나빠서 이 편이 천사라도 싸움 안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아주머니는 어디론지 떠나시는 거예요? 참 아주머니 좋아하시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나의 행선지는 알카지아의 숲이란다. 그 숲속은 정말 훌륭한 곳이지. 거기 사는 사람들은 마음씨가 어린 양과 같이 순하디 순하니까 싸움이란 걸 모르고 살지. 거기는 이러나 저러나 천국이야. 우유빛 냇물이 고요히 흐르는......"
"그런 곳이 세상에 있나요?"
"있고 말고, 어디 있다 뿐이야, 그 곳에서는 누구나 서로 정다워서 형제처럼 지내고 개들까지도 물거나 짖기는커녕 남을 보면 꼬리를 흔들거든...... 그리고 이런 좋은 나라에 가서 산다는 건 얘기만 해도 흐뭇하잖어? 그럼 뻐꾹새야 잘 있거라, 우리만 그런 데로 이사를 가자니 섭섭하다만 이 곳에서 매일 전전긍긍하면서 살기보다는 딴판이니까 아니 갈 수 없잖아."
"부디 몸조심하여 안녕히 가십쇼. 그런데 이리아주머니, 그전부터 가진 그 사나운 성질과 날카로운 잇빨은 여기 내버리고 가시는 겁니까? 가지고 가시는 겁니까?"
"당치 않는 소리! 버리다니-."
"정녕코 그러시다면 제 말씀을 명심해 주십시요. 아주머니는 거기 가서 가죽을 벗길 때가 올 것입니다."
- 성질이 나쁘거나 간악한 사람은 불평 불만을 곧잘 털어놓는다. 그런 사람에겐 어디를 가도 불만이 따르는 법. 그리고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간악한 것은 다 씻어버려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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