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
애호(艾虎 ;쑥 호랑이)를 각신(閣臣)에게 나누어 주었다. 잔 짚을 사용하여 비단 조각으로 만든 꽃을 묶었는데 그 나풀나풀하는 모양이 꼭 갈대 이삭 같다.
또 새 부채를 나누어 준다. 이를 단오선(端午扇)이라 한다. 그 가장 큰 것은 대나무 살이 50 개나 되는데 이를 백첩(白帖)이라 한다. 이것을 얻은 사람은 흔히 금강산 일만 이천봉을 그린다. 그런데 근래 풍속에는 거기에다 버들가지, 복사꽃, 나비, 연꽃, 은붕어, 해오라기 등의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한다.
생각컨대 <戒菴漫筆>에, "단오에 경관(京官)에게 궁중의 부채를 나누어 주는데 대살에 종이를 바르고 짐승의 그림을 그렸는데 오색의 비단으로 감았다."고 하였다. 애호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감사와 병사(兵使)는 부채를 조정과 친구들에게 보낸다. 전주와 남평에서 만든 것이 가장 좋다. 승두(僧頭), 사두(蛇頭), 유환(有環), 무환(無環), 외각(外角), 내각(內角), 활연(활沿), 협연(狹沿) 등 그 만든 모양이 각기 다르다. 통속적으로 백, 흑 두 빛갈을 좋아한다. 홍색과 황색의 것은 부인이나 어린아이에게 준다. 청색의 것은 신랑이 갖는다. 근래에는 일종의 아청색(鴉靑色, 검푸른 빛)의 부채가 있는데 통속적으로 이것을 좋아한다. 단선(團扇, 둥근 부채)에는 기름칠이나 검은 칠을 한다. 오동나뭇잎 모양의 것도 있다. 남자는 집에서 부치고 문밖에 나와서는 곧 버린다. 부인은 여러 빛깔의 부채를 갖는다.
단오를 속된 이름으로 수릿날[戌衣日]이라 한다. 수리는 우리 말의 수레(車)다. 이날 쑥으로 떡을 만드는데 수레바퀴 모양으로 만들어 먹는다. 그러므로 수릿날이라 한다.
쑥 잎이 작고 둥글며 등이 흰 것을 햇볕에 말려 부수어 화융(火絨, 부싯깃)을 만든다. 또 그것을 짓이겨 떡 속에 넣어 녹색이 나도록 반죽하여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만든다. 그러므로 수리치[戌衣翠]라고도 한다.
<本草綱目>에, "천년 묵은 쑥을 중국 사람들이 구설초(狗舌草)라고 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다.
생각컨대 무규(武珪)의 <燕北雜志>에, "요(遙) 지방 풍속에 5월 5일 발해의 주자(廚子; 熟手)가 쑥떡을 올린다."고 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풍속의 시초다.
어린 계집애들이 붉고 푸른 새옷을 입고 창포탕(菖蒲湯)으로 세수를 한다.
또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고 주사(朱砂)를 발라 머리에 꽂는다. 이것을 단오장(端午粧)이라 한다.
항간의 부녀들이 추천희(秋千戱; 그네뛰기)를 매우 성하게 한다.
생각컨대 <宛署雜記>에, "연도(燕都; 北京)에서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작은 아씨들이 갖은 모양을 다 내어 아주 예쁘고, 이미 출가한 여자도 친정에 근친을 가므로 이날을 여아절(女兒節)이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연경과 그리 멀지 않으므로 풍속도 왕왕 서로 답습한다.
서울의 소년들이 남산 기슭에 모여 서로 씨름을 한다. 그 방법은 두 사람이 상대하고 굽으려 각각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를 잡고 왼손으로는 상대방의 오른쪽 다리를 잡은 다음 일시에 일어나면서 서로 번쩍 들어 메어친다. 여기에는 내구(內句), 외구(外句), 윤기(輪起)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인이 이를 본받아 고려희(高麗戱) 또는 요교라 한다.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옥추단(玉樞丹)을 만들어 차고 다니며 재액을 물리친다.
관상감(觀象監)에서는 주사(朱砂)로 벽사문을 찍어 통속적으로 문설주에 붙인다. 그 부적은,
"5월 5일 천중지절(天中之節)에 위로는 하늘의 녹을 얻고 아래로는 땅의 복을 받아 치우지신(蚩尤之神)의 구리 머리, 쇠 이마, 붉은 입, 붉은 혀의 사백사병(四百四病)이 일시에 없어져라. 빨리빨리 시행하라"
하였다. 또 한장에는,
"갑작(甲作)은 흉한 놈을 먹고, 필위(필胃)는 호랑이를 먹고, 웅백(雄伯)은 산과 못의 귀신을 먹고, 등간(騰簡)은 상서롭지 못한 것을 먹고, 남제(남諸)는 구를 먹고, 백기(伯寄)는 몽(夢)을 먹고, 강량(强梁)과 조명(祖明)은 함께 책살당한 귀신과 기생(寄生)하는 귀신을 먹고, 위수(委隨)는 관(觀)을 먹고, 착단(錯斷)은 거(巨)를 먹고, 궁기(窮奇)와 등근(騰根)은 함께 충(蟲)을 먹는다. 대저 이 열두 신을 부려 흉악한 것을 쫓아내게 하며 너의 몸뚱이를 얼르고, 너의 사지를 떼고, 너의 살을 베고, 너의 폐장(肺腸)을 도려내게 하리니, 네가 급히 가지 않으면 이 열두 귀신의 밥을 만들리라."
고 하였다. 이는 <後漢書> 예의지(禮儀志)에서, 지난 12월 1일 대대적인 나례(儺禮)를 행하여 액질 귀신을 쫓을 때 진자(진子)가 화답하는 대사다.
柳得恭 撰 李錫浩 譯 <京都雜志> 歲時 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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