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구부절죽(舅婦竊粥)/삼차위지(三次爲之)/개수비부(改數庇婦)

如岡園 2015. 5. 7. 09:44

          # 구부절죽(舅婦竊粥)

 두메에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있어 콩을 삶아 죽을 쑤더니, 이미 죽이 다 된 뒤에 며느리가 물길러 우물로 갔는데, 시아버지가 그 며느리의 나간 것을 다행으로 여겨, 가만히 콩죽 한 바가지를 퍼가지고 뒷처마 밑 으슥한 곳에서 마시고 있는데, 뜨거워 미처 삼키기 어려우므로 절반도 마시지 못했는데, 며느리가 물을 길어 돌아온즉, 시아버지가 없는 것을 보고, 또한 한 그릇 죽을 훔쳐 퍼가지고, 장차 숨어서 먹으려고 하여 뒤뜰 처마밑으로 가니, 시아버지가 이미 먼저와 있는지라, 며느리가 부끄러워하는 시아버지를 보고 이에 바가지를 들어 시아버지에게 일러 가로되,

 "아버님 콩죽을 잡수시겠습니까?"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가까이 있음을 보고 더욱 부끄러워 급히 그 그 모자를 벗어 먹다 남은나머지 죽을 담아가지고 머리에 쓴즉, 죽물이 땀모양 흘러내리는지라, 며느리의 죽을 권하는 소리에 답해 가로되,

 "비록 콩죽을 먹지 않아도 콩죽땀이 온 얼굴에 차서 흐르니 고통을 견딜 수 없다."

 하여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각각 스스로 부끄러워하여, 서로 흠뜯어 말하지 않았다 한다.

 

 야사씨 가로되

 며느리가 죽을 가지고 시아버지에게 권하고, 시아버지가 죽을 모자에 담아 죽 훔친 자취를 감추고자 하여 몰란결에 손발이 저절로 드러나니, 진실로 가히 우습도다. 세상의 어리석은 이의 서로 속임이 대개 이와같은 종류가 많으니, 가히 경계할진저.

                                                                                                                                                                    <蓂葉志諧>

 

          # 삼차위지(三次爲之)

 음식을 겸사하는 말에 물건(변변치 않은 것=좀것)이라고도 하고, 먹는다는 것을 한다고도 하거늘, 한 할미가 딸이 시집간 이튿날 신랑에게 물어 가로되,

 "지난 밤에 들여 보낸 물건을 잘 했는가?"

 하니, 이는 엊저녁에 밤참으로 들여보낸 것을 먹었느냐는 말이었다.

 신랑은 그 말이 신부인 줄 알고, 머리를 숙여 답해 가로되,

 "세 번 했습니다."

 장모가 그의 실언을 부끄러워하고 얼굴이 붉어지며 묵묵히 앉아 있더니,

 할미의 어린 자식이 그의 속생각으로 신랑의 그릇대답함이 아니라 하고 홀로 중얼거리면서 가로되,

 "매부의 인사가 도리어 논금이만 못하다." 한데, 논금은 그 집의 제일 못난 종놈의 이름이었다.

 신랑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해 가로되,

 "어린 놈아, 어린 놈아, 여러날 말몰아 달려온 나머지 어찌 더 할 수 있단 말이냐? 십여 차 했더라면 네 맘에 흡족했을 것을 그랬구나."

 하니, 듣는 자가 모두 놀라지 않는 자 없었다.

 

부묵자 가로되

 시전에 이르되, '오직 상지(上智)와 더불어 하우(下愚)가 다르지 않으니' 이는 진실로 하우 가운데서도 엉터리없는 자라 하겠다.

                                                                                                                                                                             <破睡錄> 

 

          # 개수비부(改數庇婦)

 어떤 시골 노인이 어리석은 사위를 얻어 하루는 그 딸로 하여금 떡을 만들어 먹을쌔, 여인이 떡 다섯 덩이를 아비에게 바치고, 일곱 덩이를 지아비 앞에 내놓으니, 지아비가 가로되,

 "이 떡이 심히 좋으니, 청컨대 장인과 더불어 그 많고 적은 것을 비교해 봄이 옳지 않으랴."

이에 그 떡을 들고 세어 가로되,

 "장인의 떡은 다섯 덩어리요, 나의 떡은 일곱 덩어리가 정확하다."

 한데, 여인이 마음에 부끄러워하여 감히 말하지 못하였으나, 밤에 이르러 가만히 그 지아비를 꾸짖어 가로되,

 "내가 당신과 더 친하고 당신을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록 떡의 수를 더 보탰으나, 당신이 어찌 그것을 비교해 보아서 나를 곤란케 했소?"

 지아비가 가로되,

 "진실로 그렇도다. 내가 이제 당신을 위하여 해명하리라."

하고, 잠자다 말고 장인의 잠자는 곳에 가서 말하여 가로되,

 "어제 제가 먹은 떡은 다섯 덩이가 분명합니다." 하였다.

 

야사씨 가로되,

 문왕 후비가 시집가서도 효도하였고, 부모에게 거슬리지 않았으므로 주남(周南)의 시에 그 덕을 송하였거늘, 이 여인은 한갓 지아비에게만 후할 줄 알고, 아비에게 박함을 깨닫지 못하니, 더럽도다. 그 지아비가 도리어 그 모자란 바를 가리고자 하여 그 허물을 숨길쌔, 진실로 이러한 지아비에 이러한 계집이 있다 할 것이다.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