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세계

한국의 동물우화3) 꾀꼬리와 따오기의 목청자랑

如岡園 2016. 2. 18. 23:22

     꾀꼬리와 따오기의 목청자랑

 

 꾀꼬리와 따오기가 한 버들가지에다 집을 지었는데, 따오기가 버러지를 물어 날아오다가 역시 버러지를 물고 오던 꾀꼬리와 부딪쳤다.

 꾀꼬리는 매우 골이 나서,

 "이 놈, 천하에 이런 고얀 놈아, 꾀꼬리가 나니 뭇 새가 날지 못하는 법인데 네가 이렇게 날아서 내 날개를 흩뜨렸것다. 이런 천하의 고얀 놈이 있느냐. 이놈아, 너는 황금 같은 꾀꼬리란 말도 못 들어 봤느냐?"

 "형산 백옥이 티끌에 묻힌지 모른다고 나도 땅에 옥이다. 네가 잘 났니 내가 잘 났니 할 것도 없이 네가 춘치자명(春雉自鳴)으로, 우리가 싸울 것 없이 새의 조종(祖宗)은 천상의 학인데, 구만리 장천 날아 갈 것 없고, 땅에 황새가 학 비슷하니 내일로 우리 재판을 해 보자."

 "그럼 그렇게 해 보자."

 따오기가 큰 주둥이로 청마구리를 탁 물어가지구선 황새한테 찾아가니 황새가,

 "자네 어쩐 일인가?"

 "아이구 어르신네, 어르신네가 늘 저 비슷한데 저보다 더 크십니다. 그러니까 늘 못잊어서, 이 맛이 좋은 청마구리를 하나 대접하려고......."

 "아이고 이거 잡기 어려운데 자네가 이걸 나한테 대접한단 말인가 하 그것 참, 내가 먹기는 잘 먹네."

그래 황새가 잘 먹었것다.

 그 이튿날 꾀꼬리와 따오기가 재판을 하러 그 마당엘 가니,

 "아이고 자네들 어쩐 일인가?"

 "아니올시다. 꾀꼬리는 제 목소리가 좋다 하고, 저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하다가 황새님한테 재판하러 왔습니다."

 "그래, 꾀꼬리 네 노래를 해 봐라."

 꾀꼬리가 앵성면면(鶯聲綿綿) 노래를 하니,

 "네 노래는 참으로 좋다마는 '요조숙녀(窈窕淑女)는 군자호구(君子好逑)'라고 너는 기생으로 잘해주마.

  따오기 이번엔 네가 한 번 해 봐라."

 따오기가 '따옥'하니,

 "참! 대장부의 목소리로다."

 그래 따오기 말은 참 대장부 목소리라고 하니 꾀꼬리가 한 번 지고 말았는데...... 져서 나가는데, 뜸부기를 만나니 뜸부기 왈,

 "아뿔사! 비왜불성이라 개구리가 아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구나. 너도 어제 개구리를 잡아 줬으면 이길 텐데 그 재판을 지고 말았구나. 개구리를 잡아 주지 못해서......"

 비왜불성(非蛙不成)이라, 시방 말로 빽이라는 말이지. (1970년대 충북 제천지방에서 채록된 민담)

 

 - 공정해야 할 재판이 뇌물거래로 흐려진 정치상을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난 것처럼 꾸며서 풍자한 이 동물우화는 다분히 풍간적(諷諫的) 의미가 있다.                           

                                             (金在煥 著. 韓國動物寓話小說硏究 66~67P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