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꼬리와 따오기의 목청자랑
꾀꼬리와 따오기가 한 버들가지에다 집을 지었는데, 따오기가 버러지를 물어 날아오다가 역시 버러지를 물고 오던 꾀꼬리와 부딪쳤다.
꾀꼬리는 매우 골이 나서,
"이 놈, 천하에 이런 고얀 놈아, 꾀꼬리가 나니 뭇 새가 날지 못하는 법인데 네가 이렇게 날아서 내 날개를 흩뜨렸것다. 이런 천하의 고얀 놈이 있느냐. 이놈아, 너는 황금 같은 꾀꼬리란 말도 못 들어 봤느냐?"
"형산 백옥이 티끌에 묻힌지 모른다고 나도 땅에 옥이다. 네가 잘 났니 내가 잘 났니 할 것도 없이 네가 춘치자명(春雉自鳴)으로, 우리가 싸울 것 없이 새의 조종(祖宗)은 천상의 학인데, 구만리 장천 날아 갈 것 없고, 땅에 황새가 학 비슷하니 내일로 우리 재판을 해 보자."
"그럼 그렇게 해 보자."
따오기가 큰 주둥이로 청마구리를 탁 물어가지구선 황새한테 찾아가니 황새가,
"자네 어쩐 일인가?"
"아이구 어르신네, 어르신네가 늘 저 비슷한데 저보다 더 크십니다. 그러니까 늘 못잊어서, 이 맛이 좋은 청마구리를 하나 대접하려고......."
"아이고 이거 잡기 어려운데 자네가 이걸 나한테 대접한단 말인가 하 그것 참, 내가 먹기는 잘 먹네."
그래 황새가 잘 먹었것다.
그 이튿날 꾀꼬리와 따오기가 재판을 하러 그 마당엘 가니,
"아이고 자네들 어쩐 일인가?"
"아니올시다. 꾀꼬리는 제 목소리가 좋다 하고, 저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하다가 황새님한테 재판하러 왔습니다."
"그래, 꾀꼬리 네 노래를 해 봐라."
꾀꼬리가 앵성면면(鶯聲綿綿) 노래를 하니,
"네 노래는 참으로 좋다마는 '요조숙녀(窈窕淑女)는 군자호구(君子好逑)'라고 너는 기생으로 잘해주마.
따오기 이번엔 네가 한 번 해 봐라."
따오기가 '따옥'하니,
"참! 대장부의 목소리로다."
그래 따오기 말은 참 대장부 목소리라고 하니 꾀꼬리가 한 번 지고 말았는데...... 져서 나가는데, 뜸부기를 만나니 뜸부기 왈,
"아뿔사! 비왜불성이라 개구리가 아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구나. 너도 어제 개구리를 잡아 줬으면 이길 텐데 그 재판을 지고 말았구나. 개구리를 잡아 주지 못해서......"
비왜불성(非蛙不成)이라, 시방 말로 빽이라는 말이지. (1970년대 충북 제천지방에서 채록된 민담)
- 공정해야 할 재판이 뇌물거래로 흐려진 정치상을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난 것처럼 꾸며서 풍자한 이 동물우화는 다분히 풍간적(諷諫的) 의미가 있다.
(金在煥 著. 韓國動物寓話小說硏究 66~67P 참조)
'우화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동물우화4)함정에 빠진 호랑이/편복불참/호사호계/작겁호갈 (0) | 2016.04.25 |
---|---|
한국의 동물우화2) 鹿,兎,蟾余의 제 자랑/ 두더쥐의 혼인/ 제암가의 고양이 (0) | 2015.12.10 |
한국의 동물우화1) 총설/구토설화 (0) | 2015.08.18 |
이솝우화11) 여우와 포도/회의하는 쥐들 (0) | 2015.07.19 |
이솝우화10) 밀밭의 종달새/토끼와 거북 (0) | 2015.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