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정에 빠진 호랑이
함정에 빠진 호랑이가 밖으로 나오려고 애를 쓰며 살려만 주면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애원을 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나그네가 큰 나무토막을 넣어 살려 주었다.
밖으로 나온 호랑이는 살려줘서 고맙긴 하지만 사람들이 함정을 파서 이렇게 되었으니 나그네를 잡아먹겠다고 하였다.
나그네는 억울하지 않게 옳고 그름의 판단이나 받아보자고 하며 먼저 황소에게로 갔다.
황소는 저희들을 실컷 일시켜 먹고는 잡아서 고기까지 먹으니 그야 사람이 잘못이라고 하였다.
그 다음으로 소나무에게 물어보자고 하여 호랑이를 데리고 소나무에게로 갔더니 소나무 역시,
사람은 소나무를 베어서 쓰기도 하고 불을 때기도 하니 인정머리 없는 사람 잘못이라고 하였다.
호랑이는 신이 나서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저 편에서 토끼가 왔다.
마지막으로 토끼에게 이야기를 한 후 판가름을 청했더니, 토끼는 호랑이가 함정에 어떻게 빠져 있었던지를 시늉해 보라고 하니까 호랑이는 보란듯이 함정에 뛰어 들어갔다.
그때사 토끼는 나그네더러,
"그럼 당신은 어서 갈 길이나 가시오."
하여,
나그네는 죽지 않고 살았다.
'함정에 빠진 호랑이'는 明代 馬中錫의 '中山狼傳'을 우리 민담으로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중산낭전'의 동곽선생이 나그네로, 이리가 호랑이로, 은행나무가 소나무로, 노인이 토끼로, 書囊이 함정으로 바뀌어졌을 뿐 이야기의 내용이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낭전'에서 이리가 축소되어 서낭 속에 들어간다든지 서낭 속 이리를 칼로 베어 죽인다든지 하는 취향과는 달리, 서낭 대신 함정을 설정하고 지팡이를 든 노인의 기지 대신 토끼의 재간을 가미했다는 점에서 우리것다운 동물우화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편복불참(편복不參)
봉황이 나는 새 무리를 모이게 하여 점고를 하는데 박쥐가 불참한 고로 솔개가 박쥐를 잡아와 물으니 박쥐는 달리는 짐승이라고 발뺌을 하고,
기린이 달리는 짐승을 모아 이름을 점고하는데 박쥐가 오지 않아 여우를 시켜 박쥐를 잡아와 물었더니, 박쥐는 달리는 짐승 중에 어찌 나는 자가 있느냐면서 끝내 양쪽의 점고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에서 어려운 일을 이런저런 핑계로 피하는 기회주의자를 우의한 것으로 홍만종의 <旬五志> 하권 '편복지역'의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오랜 내력을 지닌 동물우화라 생각된다.
# 호사호계(虎死狐計)
겉으로 위엄을 갖춘 호랑이를 꾀바른 여우가 골려주기로 작정을 했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물고기를 먹고 싶다는 호랑이의 소청에, 얼음 구멍에 꼬리를 담가 고기를 낚아올리면 된다는 바람에 그렇게 하였더니 얼음이 꽁꽁 얼어버려 꼬리가 끊어지게 하였고, 또 참새를 실컷 먹게 해 준다고 속여 초막에서 기다려라 해놓고선 불을 질렀는데 불타는 소리를 참새가 날아오는 소리로 알고 기다리다가 급기야 호랑이는 불에 타 죽고 말았다.
호랑이의 위엄에 도전하는 교활한 여우의 기지를 표현한 동물우화는 漢代 劉向의 <戰國策>중 '虎假虎威'에서 근원을 살펴 볼 수 있는데 의인 대상 동물의 외모에서 풍기는 위엄과 습성에서 빚어지는 狡智가 인성을 우의하는 데 적격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 작겁호갈(鵲怯狐喝)
까치 한 마리가 소나무에 집을 지어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았다. 적호(赤狐)가 나무 아래에 와서 까치에게 말하기를,
"내 오늘 끼니를 걸렀으니 새끼 한 마리를 던져서 나를 먹게 하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나무에 올라가서 다 먹으리라." 했다.
까치가 두려워서 새끼 한 마리를 던져 주었다.
......대조(大鳥)가,
"어리석은 놈은 너이다. 여우가 어찌 나무에 올라갈 수 있느냐. 비록 한 자되는 나무도 오르지 못하는데 하물며 이렇게 높은 나무에 오르겠느냐."
했다.
여우가 깜짝 놀라
"누가 너를 이처럼 시키더냐."
고 하니, 까치가
"대조 아저씨가 말씀했느니라."
했다.
여우가 이에 대조를 찾아보고 속여 말하기를,
"우리집에 마침 조그만 잔치가 있으나 높으신 손님이 없는데...... 내가 까치 새끼를 얻어서 식사를 하는데 네가 무슨 손해가 있어서 까치가 나에게 항거하게 하느냐...... 마침 바람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리는지라...... 관가로부터 여우 껍데기 사냥질 하라는 명령이 있었더니...... 내가 앉은 곳이 얕아서 드러나겠으니 대조 뒤에 다가들어 앉아야겠다."
고 했다.
대조가 문득 날아가려고 하는데 여우가 그 발굽을 쳐다보고 물었다. 이로 말미암아 대조의 발굽이 붉은 까닭이 되었다.
까치는 여우에게 속고, 여우는 대조를 유인하고, 대조는 死地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우를 속인다. 결국 선량하고 어리석기만 한 까치와 대조만 손해를 입고 수탈자인 여우에게는 아무런 죄과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金在煥 著 <韓國動物寓話小說硏究> pp69~7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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