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수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죽음에 대하여

如岡園 2019. 8. 23. 21:18

  죽음은 탄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신비다. 거기에는 같은 원소의 결합과 분해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부끄럽게 여길 일이 못된다. 그것은 이성적인 존재[인간]의 본질에 어긋나지 않으며 또 우리를 구성한 이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싫다고 하는 것은 마치 무화과의 즙이 시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컨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상기할 일이다. 즉 얼마 안 가서 당신도 그 사람도 죽게 되며, 그 후 얼마 안 가서는 당신들의 이름조차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인간 자신을 해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생활도 해치지 못한다. 그리고 밖에서든 마음속에서든 그를 손상시키지 못한다.


 모든 일은 정당하게 일어난다. 만일 당신이 자세히 관찰한다면 이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단지 모든 일이 생성의 과정으로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일어나며, 마치 어떤 사람이 각자에게 그 능력에 따라 몫을 나눠 주는 것처럼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이미 시작한 관찰을 계속하라.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더욱 엄밀한 의미에서 선한 인간이 되려는 심정으로 하라. 어떤 활동을 하든지 이 점을 명심하라.


 당신을 해치려는 자의 의견이나 그가 신에게 갖게 하려는 의견을 갖지 말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


 당신은 전체의 일부로서 존재하여 왔다. 당신은 이윽고 당신을 낳은 자의 품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변화에 의해 생성의 원리 속으로 되돌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제단 위에 많은 유향(乳香)의 낟알들을 차려 놓았다. 어떤 것은 먼저 떨어지고 어떤 것은 나중에 떨어진다. 그러나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마치 만 년이라도 살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어쩔 수 없는 죽음이 당신에게 닥쳐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힘이 있을 때 선한 일을 하라.


 이웃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자기가 해야 할 일에만 눈길을 돌리고 그 일이 바르고 신의 뜻에 합당한지에 대해 유의하는 사람은 많은 시간의 여유를 얻게 될 것이다. 남의 일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선한 사람이 할 일이 못된다. 목표를 향해 곧장 가고 한눈을 팔지 말라.


 어떤 의미에서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에 있어서 아름답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여 상찬(賞讚)을 자기의 일부로 생각지 않는다. 사실 인간이 칭찬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것 때문에 나빠지는 것도 없고 좋아지는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자연적인 사물이나 예술 작품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은 그 이상의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 것인가? 아니다. 법칙이나 진리, 선의(善意)나 겸손에 있어서도 그렇지 않다. 이런 것들이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아름다와지고,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손상되는가? 에메랄드는 칭찬을 받지 않으면 질이 떨어지는가? 금, 상아, 자패(紫貝), 하프, 단도, 관목은 어떤가?


 경거망동(輕擧妄動)을 하지 말고 어떤 행동을 하든지 정의를 존중하며, 신중히 생각하기 위해 이해력을 동원하라.


 "만일 마음 편히 지내려면 많은 일을 하지 말라." 그러나 오히려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하지 않을까? "필요한 일만 하라. 그리고 사회 활동을 하도록 태어난 자는 이성이 요구하는대로 행하라"고. 왜냐하면 이렇게 할 때, 선한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정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일만 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정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고 행하는 일은 거의가 불필요하다. 그러므로 이것을 제외시키면 더욱 많은 여가가 생겨 조금도 조급해 할 필요가 없은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나 잊지 말고 자기자신에게 물어 보라. "이것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라고. 그런데 우리는 단지 불필요한 행위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사상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신은 이러저러한 일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러면 이번에는 이것을 보라.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라. 단순한 마음을 가져라. 누가 당신에게 해를 입히는가? 그는 자기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개의치 말라. 태초부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주로부터 당신에게 주어진 것이고 당신의 운명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인생은 짧다. 당신은 이성과 정의의 도움을 받아 현재를 이용해야 한다. 긴장을 풀었을 때에도 진지하라.


 음침한 성격, 비겁한 성격, 완고한 성격, 사나운 짐승같은 어리석은 성격, 얼빠진 교활한 염치없는 탐욕스러운 폭군적인 성격.


 우주 속에 있는 사물을 모르는 인간을 우주 속의 이방인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르는 사람도 이에 못지 않는 이방인이다. 사회적인 이성에서 멀리 떠난 사람은 방랑객이다. 예지의 눈을 감고 있는 사람은 소경이다. 남에게 의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사람은 거지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불만을 품고 우리에게 공통된 자연의 이성에 등을 돌리며 이성에서 떠난 자는 우주에 난 종기(腫氣)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게 한 자연이 당신을 태어나게 했으니 말이다. 자기의 고유한 영혼을 이성적인 동물의 영혼에서 떼어 내는 자는 사회에서 절단된 가지와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영혼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억하는 자든 기억되는 자든 간에 모든 것이 덧없기 짝없다.


 만물은 변화 가운데서 생기는 것임을 언제나 기억하고, 우주의 본질은 존재하는 것을 변화시키고 같은 것을 새롭게 만들어 내기를 무엇보다도 좋아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지도록 하라. 왜냐하면 존재하는 것들은 어느 의미에서는 장차 존재하게 될 것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은 씨앗이란 땅속이나 태(胎) 속에만 뿌려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로 엄청난 편견이다.


 얼마 후에 당신은 죽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아직 순박하지도 않고 마음의 동요에서 풀려나지도 못했으며, 외부의 사물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의혹에서 벗어나지도 못했고, 모든 사람에게 호의를 갖고 있지도 못하다. 또한 지혜는 오직 올바른 행동을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서기121~180)

고대 로마 황제(재위161~180)로 5玄帝 가운데 최후의 황제임. 제국 동쪽과 도나우 강 양쪽 변경방어에 힘씀. 스토아 철학으로 기울어 戰陣 속에서 명상록을 저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