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B(논문·편글)

한글의 제자원리

如岡園 2019. 10. 8. 21:31

  한글의 본 이름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음운학(音韻學)의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서, 중세국어를 우선 음절단위로 파악한 다음, 이를 다시 초성(음절 첫 자음), 중성(음절 안의 모음), 종성(음절 끝 자음)의 세 단위로 분석하고, 이들을 기준으로 하여서 제자하였다.

 제자방법은 상형을 기본으로 하였는데, 초성글자는 발음기관을 상형대상으로 삼되, 조음부위(調音部位)별로 한 음(즉 한 글자)씩을 기본 글자로 삼고 이들의 조음상태를 상형대상으로 하였으며, 기본글자 5자 이외의 나머지 12글자들은 '여(소리의 세기)'를 음성자질(音聲資質)로 삼아서 기본글자에 획을 더하여가는 방법을 취하였다. 중성(모음)글자의 상형대상은 중세국어의 7단모음체계를 전설모음(前舌母音), 중설모음(中舌母音), 후설모음(後舌母音) 계열의 대립으로 보고 이들 각 계열에서 주로 중모음(中母音) 하나씩을 골라 천(天), 지(地), 인(人) 삼재(三才)를 상형해서 제자하였으며(. ㅡ ㅣ) 나머지 모음들은 이들의 결합으로 제자하였다. 이와같이, 훈민정음을 재자할 때 상형대상으로 삼은 것은 발음기관과 천,지, 인 삼재였는데, 상형방법에 있어서는 송대(宋代) 문자학과 이웃나라들의 글자를 참고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창제된 훈민정음의 자음자(초성글자)와 모음자(중성글자)는 다음과 같으며, 종성글자는 따로 만들지 않고 초성글자를 그대로 쓰도록 하였다. 


     첫소리 글자(초성)

 어금닛소리  ㄱ  ㅋ  ㄲ  ㅇ

 혓소리         ㄷ  ㅌ  ㄸ  ㄴ

 입술소리      ㅂ  ㅍ  ㅃ  ㅁ

 잇소리         ㅅ  ㅈ  ㅊ  ㅆ ㅉ A

 목소리         ㅎ  ㅎ  ㅎㅎ  ㅇ

 

     홀소리 글자(중성)

  하늘     ㅛ  ㅗ   .   ㅏ  ㅑ

  땅        ㅠ  ㅜ  ㅡ  ㅓ  ㅕ

 사람               ㅣ  

 이와 같이, 발음기관을 상형하여 기본적인 자음글자를 만들고 천, 지, 인 삼재를 상형하여 기본적인 모음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훈민정음 창제자가 파악하고 있었던 15세기 중세국어의 자음체계는 23이었으므로 가획법을 만들어낸 자음글자 17 이외에 각자병서(各自竝書)에 의하여 6자(ㄲ, ㄸ, ㅃ, ㅉ, ㅆ, ㅎㅎ)를 더하여 23자모체계를 갖추도록 하였고, 23자모체계에 끼이지는 못하였으나 15세기 중세국어에서 실제로 발음되고 있었던 유성양순마찰음(有聲兩脣摩擦音)의 표기를 위하여 연서법(連書法)을 마련하여 따로 'ㅂㅇ'자를 만들었다.

 훈민정음 창제과정에서는 조선한자음(朝鮮漢字音)의 정리사업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 정리사업의 결과로 파악된 조선한자음의 자모체계, 곧 <동국정운>의 자모체계는 훈민정음과 똑같은 23자모체계였다. 15세기 중세국어 및 한자음에는 7개 단모음 이외에 여러 중모음이 있었는데, 이를 표기하기 위해서는 재출자(再出字)와 합용법(合用法)을 이용하여 7개 단모음 글자를 가지고 다시 합하여 쓰도록 하였다. 

 그리고 15세기 중세국어는 성조언어(聲調言語)였으므로 이 성조를 나타내기 위하여 방점법(傍點法)을 마련하고, 평성(平聲)에는 무점, 상성(上聲)에는 2점, 거성(去聲)에는 1점을 표기된 음절의 왼쪽에 찍도록 하였으며, 중세 국어의 어두자음군(語頭字音群)과 종성의 자음군 표기를 위해서는 역시 초성글자의 합용으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글자의 성격으로는 표음문자이며, 음소문자인 훈민정음을 실용에 있어서는 초성글자, 중성글자, 종성글자(초성글자를 그대로 사용)를 합하여 써서 음절단위로 표기하도록 규정하여 마치 음절문자처럼 쓰이게 하였다.

                                                             (國文學 노우트에서)    * 일부 옛글자 子母는 글자모양이 변형되어 찍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