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책공소홍(責工少紅)/조각훈도(朝却訓導)/청가사취(請加四吹)

如岡園 2023. 2. 18. 17:34

          # 책공소홍(責工少紅, 주홍이 적은 화공의 그림을 책하다)

 선무공신 화상에 李白沙가 다섯 가지 채색으로 얼굴을 그려 넣는 수를 보고, 화공에게 일러 가로되,

 "朱紅이 어찌 너무 적으뇨?"

하니,

 화공이 그것이 무슨 말인 줄 알지 못하여 머리를 낮추어 가로되,

 "주홍은 반드시 많이 들 것 없습니다."

 백사가 소리를 가다듬어 가로되,

 "주홍이 만약 적은즉 洪璡令公의 코를 네가 어찌 그렸느냐?"

 한데,

 대개 唐興公 洪璡令이 코등 끝이 크고 붉은 연고로 그렇게 말했느니라.

 듣는 자 모두 웃었다. 

                                  < 蓂葉志諧>

 

          # 조각훈도(朝却訓導, 아침훈도는 볼 생각이 없다)

 宋言愼이 관동伯이 되어 매양 각 읍에 순역할쌔 읍에 기생이 없은즉, 저녁에 이르러 반드시 훈도를 불러 말 속에 客枕이 심심하단 뜻으로 말했더니, 훈도가 그 뜻을 짐작하고 나아가 자기 사또에게 고하여 그 官婢 가운데 적이 괜찮게 생긴 여인으로 골라 감사께 들여 보냈거늘, 하루는 또 아주 산골 외딴 고을에 이르러서 또한 훈도를 부르니, 훈도가 마침 병에 걸려 나오지 못했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병든 몸을 이끌고 나와서 小吏로 하여금 고해 통달케 한즉 공이 가로되,

 "저녁 훈도는 즐거이 서로 만나 보거니와 아침 훈도는 볼 생각이 없노라."

                                                                                                                         <蓂葉志諧>

 

          # 청가사취(請加四吹, 청컨대 네 번 불었습니다)

 酒隱 金相公 命元이 일찌기 북관의 안찰사가 되었더니, 순력하여 한 읍에 당도했는데, 그 고을의 한 기생이 수청을 들어 몹시 사랑하였었는데, 이튿날 아침에 세 번 나팔부는 소리가 이미 났으나, 기생을 끌어안고 일어나지 않거늘, 군관이 그 해가 높은데 일어나지 않음을 답답히 생각하여, 무릎걸음으로 창밖에 나아가 높은 소리로 고해 가로되, "네 번 불었습니다."

한데 김 명원이 웃으면서 가로되,

 "어리석도다. 네 이놈! 비단 네 번 불 뿐 아니라 비록 열 번 불었다 한들,  내가 가고 싶어야 가지 이 녀석아!"

하거늘 군관이 입을 다물고 물러갔었다. 

                                                                  <蓂葉志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