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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전약(士負前約, 두 선비의 그전 약속)

예전에 서로 사귀어 친하기 그지없는 갑과 을 두 선비가 서울로 글공부도 함께 왔겟다. 이에 두 친구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여, "우리가 큰 뜻을 세우고 마땅히 학업에 힘쓸 바에야 더욱 절차탁마의 공을 더하여 입신 양명의 터를 닦을 뿐이요, 지조를 옮겨 권문 세도가의 문객질은 아예 하지 말자." 하고 굳게 맹세하였다. 그러나 두 선비는 여러 해 세월이 흘렀음에도 등과치 못하거늘, 그 중에 한 선비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이는 들어가고 해는 저무는데 이름도 얻지 못하였으니, 밖으로 활동하여 가만히 권문세도가에 부탁하여 실리를 거둠만 같지 못하다." 하고 하루는 새벽에 몰래 권문 세도가에 도착해 보니, 대문이 처음 열리며 구종별배(驅從別陪)가 늘어선 가운데, 뇌물을 가지고 기다리는 자가 많았다. 드디어 몸을 ..

서양의 역사와 逸話(12), 통 속의 哲學者

# 통 속의 철학자 고대 그리스의 큐니크派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집이 아니라 통 속에서 살았다. 큐니크派란 희랍어의 큐니코스(개와 같은)에서 나온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犬儒學派라고 번역된다. 그들은 세속적인 습관, 형식 등을 무가치한 것이라 하여 경멸하고 반문명적, 반사회적, 이를테면 개와 같은 원시적 간이생활을 실행에 옮겼다. 라는 말은 디오게네스가 한 것이라 전해지고 있는데, 습관이 지니는 구속력이 강함과 그 무의미함을 지적한 것이리라. 그들에게 있어서는 세속적으로 권위있는 것도 가소로운 환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렵 그리스 전토를 정복하여 득의의 정점에 있었던 알렉산드르스대왕이 디오게네스의 평판을 듣고는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왕이 몸소 찾아..

노기다열(老妓多閱)/과여사언(果如師言)

# 노기다열(老妓多閱, 늙은 기생의 살아 온 이야기 )  신해년 봄에 내(副墨子)가 마침 영변에 가서 여러 달을 체류하였는데, 그 이웃에 老妓 옥매의 집이 있었다. 그는 이따금 내게 와서 혹은 노래도 해 주고, 혹 옛날 얘기도 하여, 나의 심심풀이를 해 주더니, 하루는 나를 향하여  "소인이 나이 칠십에 머리털은 이미 성성하여 사십 전과 같으니, 이것은 나 홀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기생은 반드시 다 그러하니이다." 한데, 내가 그 연고를 물으니 답해 가로되, "기생은 따르는 사람이 또한 많아서 재화를 탐해서 그를 따르고, 색을 탐내어 따르고, 그의 풍채를 사랑하여 따르고, 인정에 구애하여 따르고, 그 사람은 한없이 미우나 위엄과 호령에 겁내어 따르고, 우연히 옛날 사람을 만나 따르고, 이와 같고 저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