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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택 유감(幽宅遺憾)

북망 아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스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이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배쫑 배쫑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었네.' 어느 시인의 묘지송(墓地頌)이다. 머언 들녘엔 마을이 있고 마을 뒤 완곡하게 뻗어 흐른 야산 그럴싸한 자리엔 인생의 무상을 침묵으로 표시하듯이 부드러운 흙, 파란 잔디를 뒤집어 쓰고 옹기종기 무덤들이 솟아 있다. 어떤 영욕의 길도 무덤으로 통할 따름이기에 무덤에는 인생의 무상이 있고 슬픔이 서려 있지만 무덤은 한 세상을 살다간 인간의 흔적이라서 차라리 아늑한 생명감을 느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