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情無限/정비석
산길 걷기에 알맞도록 간편히만 차리고 떠난다는 옷치장이 정작 푸른 하늘 아래에 떨치고 나서니 멋은 제대로 들었다. 스타킹과 니커-팬티와 잠바-로 몸을 가뿐히 단속한 후 등산모 제껴 쓰고 바랑을 걸머지며 고개를 드니 장차 우리의 발 밑에 밟혀야 할, 만 이천 봉이 천리로 트인 창공에 뚜렷이 솟아 보이는 듯하다. 그립던 金剛으로, 그리운 금강으로! 떨치고 나선 산장에서 어느 새 산의 향기가 서리서리 풍긴다. 산뜻한 마음으로 활개쳐 가며 산으로 떠나는 之完과 나는 이미 本町通에 방황하던 창백한 인텔리가 아니라, 力拔山 氣蓋世의 기개를 가진 갈데없는 野人 文書房이요 鄭生員이었다. 차 안에서 무슨 흘개빠진 체모란 말이냐! 우리들의 조상들의 본을 따서 우리도 할 소리 못할 소리 남 꺼릴 것 없이 성량껏 떠들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