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배기 영감의 인생철학 '고자배기'라는 말은 소나무 등속 관목의 그루터기 썩은 밑뿌리를 두고 일컬은 경남 안의지방의 사투리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조부님의 별명이 '고자배기 영감'이었다. 조부님의 별명이 그렇게 붙여진 연유는 고자배기를 캐어서 땔나무감을 장만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소나무 그루터..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8.02.13
전통찻집 '다랑(茶廊)' "땅이 하늘보다 높구나 추상파의 데크레이션 / 새 멋에 미끄러진 현대 문명의 사생아 / 골목마다 뿌려놓은 / 다방 다방 다방 // 회향병(懷鄕病)에 주접 든 열대 식물들이 / 노상 갈마드는 나그네의 눈초리에 시달려... / 일광을 온통 몰아 내쫓고 / 인조 조명으로 미소를 흘리고 / 자연(紫燃)..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12.23
달력 유감 삼라만상에는 주기가 있고 리듬이 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번데기로 변하는 곤충이 그렇고, 신진대사의 과정도 그러하며, 돋는 해 지는 달 천체의 운행은 물론 춘하추동으로 변환하는 계절도 그렇다.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살이 역시 그 리듬을 좇아 일정한 주기로 구획하여 그 틀에 맞..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11.30
녹슨 탄피 한 알의 역사 몇 년 전 서북부 경남에 있는 금원산과 기백산 등산을 한 적이 있었다. 기백산은 남덕유산의 동편 산줄기의 월봉(月峰)에서 남쪽으로 산줄기가 내달아 이루어진 경남 함양군 안의면과 거창군 위천면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지우산이라고도 하는 해발 1,340 미터의 비교적 높은 산..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10.31
산초와 분디나무 추어탕이나 열무김치 등에 향신료(香辛料)로 넣어서 먹는 나무열매의 이름을 두고 잘못하면 혼선이 빚어진다. 어느 지방에서는 '제피'라 하고 또 어떤 지방에서는 '산초'라고도 한다. 내가 자라온 지방에서는 응당 '제피'라고 했는데 경남 동부지방에 가니 '산초'라고 하여 나는 그게 틀렸다고 늘상 고..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9.23
자귀나무 斷想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 주는 녹음수 가운데 녹음도 좋고 잎모양새와 꽃이 모두 아름다운 나무로는 단연 자귀나무가 으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귀나무의 잎은 작은 잎사귀들이 잎줄기를 중심으로 짝수로 마주 나 새의 깃털모양을 이루고, 이렇게 생긴 잎들은 다시 그보다 큰 잎줄기에 짝수로 마주 나 ..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8.01
목화 이야기 목화가 실용적인 식물이 아니었다면 그 꽃은 장미와 겨눌 수 있는 사랑을 받고, 또 많은 시인들의 예찬을 받았을 것이라고 어느 평자는 말하고 있지만, 생각하기 나름으로는 목화꽃은 실용적인 식물이기에 장미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일지도 모른다. 어느 시인은 목화꽃을 이렇게 시로 읊었다. "누님 / ..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7.11
내가 겪은 6.25 내 나이 열 세살, 국민학교 6학년 시절에 나는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에서 한국전쟁을 겪었다. 소백산맥을 분수령으로 한 충청, 전라도와 경상도를 구획하는 접경지역의 거점이 되는 소읍이었으니 전략적으로 요충이 되는 곳이다. 57년 전이니 반세기를 지난 일이지만 너무나 충격적인 동족상잔의 참극..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6.19
영화의 매력 붉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하고 실루엣으로 그려지는 마차의 풍경하며, 전쟁으로 치부하여 능글맞을 정도로 여유 있는 중년의 사나이와, 억세고 애처로우며 아름다운 한 여성의 사랑과 생활의 고투를 그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영화관..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5.21
如岡園 시절 그 후 2006년 3월 말일 밤, 그 동안 여강원을 즐겨 찾던 교수, 대학원 학생, 제자들을 모아 여강원에서 이백(李白)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시를 고별사 대신 낭송한 것을 끝으로 나는 여강원을 떠나 쌀, 도자기, 산수유, 복숭아, 인삼의 고장인 경기도 이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늙.. 여강의 글A(창작수필) 200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