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의 글A(창작수필) 95

베푸는 손은 커야

사람은 언어를 가졌기 때문에 흔히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더 근원적으로는 손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손으로 노동을 하고, 손으로 감정을 대변하고,손으로 창조적 재능을 발휘한다. 또 손으로 인사를 하고, 손으로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기도 하며, 때로는 그 손으로 무서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이렇게 손은 모든 인간의 행위에 있어서 표현의 도구로 사용된다. 이 '손'이란 말은 사람의 팔목에 달린 육체의 한 부분을 일컫는 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교제나 관계,수완이나 잔꾀,주선이나 조력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마음이 인색하여 손을 쓰는 품이 작으면 '손이 작다' 했고, 반대로 마음이 후하여 손을 쓰는 품이 넉넉하면 '손이 ..

유택 유감(幽宅遺憾)

북망 아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이 무덤 속 어둠에 하이얀 촉루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설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스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이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배쫑 배쫑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었네.' 어느 시인의 묘지송(墓地頌)이다. 머언 들녘엔 마을이 있고 마을 뒤 완곡하게 뻗어 흐른 야산 그럴싸한 자리엔 인생의 무상을 침묵으로 표시하듯이 부드러운 흙, 파란 잔디를 뒤집어 쓰고 옹기종기 무덤들이 솟아 있다. 어떤 영욕의 길도 무덤으로 통할 따름이기에 무덤에는 인생의 무상이 있고 슬픔이 서려 있지만 무덤은 한 세상을 살다간 인간의 흔적이라서 차라리 아늑한 생명감을 느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