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어의 한국학 57

신승고표(神僧藁俵)/양물유구(陽物有垢)/비승어양(鼻勝於陽)

# 신승고표(神僧藁俵, 노승의 쌀가마니) 마을에 한 과부가 외롭고 가난하게 사나, 오랫동안 정절을 지켜 소문이 원근에 자자하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 한 노승이 바랑을 지고 錫杖을 이끌고 와서 싸릿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거늘,"저의 집은 워낙 가난하고 또 남정네도 없으며 내가 홀로 단간방에 살 뿐이니 딴 데로 가소서." "이미 날은 어두었고 밖에 인가가 없으니 자비심으로써 일박을 허락하시면 그 은혜가 크리로다." 하므로 부득이 허락한 후에 보리밥과 토장국이나마 깨끗이 바치니, 스님이 주린 끝에 달게 먹었다. 주인은 늙은 스님을 생각하여 아랫목에서 쉬게 하고 자기는 웃목에서 자게 되었는데, 여주인은 옷조차 벗지 않고 그냥 잤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아서 끙끙대다가 스님이 잠든체하고 다리로써 여..

공당문답(公堂問答)/분귀취처(粉鬼娶妻)/호승지함(呼僧止醎)

# 공당문답(公堂問答, 公자 堂자로 문답의 韻을 삼다) 古佛 맹사성이 재상으로 있을 때에 온양으로부터 돌아오던 중 비를 만나 용인 旅舍에 들어갔더니, 한 사람이 구종배를 거느린 품이 대단하고 먼저 여관 다락 위에 와서 들었거늘, 공이 들어가 한 모퉁이 앉아 있더니, 다락에 올라 먼저 든 자는 곧 영남의 큰 부호로 錄事가 되어 보려는 시험에 응해 올라오는 자였다. 공을 보고 청해서 자리를 함께 하여 담론하고 희롱의 말도 하고 했는데, 또한 公字堂字로 문답의 운을 삼으니, 공이 물어 가로되, "何以上京公인고." (무슨일로써 서울에 가느뇨?) 그 사람이 가로되 "錄事取才上去堂이라" (녹사 시험보러 올라가노라.) 하니 공이 웃으면서 가로되, "내가 그대를 위하여 差除公이라 하리라." 한데 그 사람이 가로되 "㬨..

喪人知時(상인지시)/幣婦産兒(폐부산아)/妹夫居喪(매부거상)

상인지시(喪人知時, 상주가 시간을 알다) 한 상제가 배우지 못하여 한없이 무식하고 심히 어리석어서, 親喪을 당하여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친구들이 와서 凡百의 모든 일을 보아 주더니,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下棺할 때는 子時가 마땅한데, 그 때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자명종을 빌려 오는 것이 제일 좋겠다.". 하니 상제가 가로되, "반드시 빌려올 필요가 없겠고 내가 때를 알기를 귀신과 같이 하니 너무 걱정을 말라." 하여 여러 사람들이 주인의 말이 이와 같으니, 다시 다른 말이 없었다. 당일에 산에서 하관할 때를 기다리는데 상제가 문득 가로되 "때가 이제 왔도다. 곧 하관하라." 하여 여러 사람이 하관할 즈음에 상제가 문득 바지를 벗고 손으로 陽物을 들고 관 위에 오줌을 누는데 좌우가 크게 놀라 가..

妄疵取哂(망자취서)/輕侮懷慙(경모회참)/羞妓賦詩(수기부시)

# 망자취서(妄疵取哂, 죽은자를 흠함을 비웃다) 백호 임제가 글재주가 기막혀서 오성 이상공이 깊이 심복했거늘, 일찌기 한 서생이 있어 기꺼이 망녕되이 고인의 지은 바를 논하더니, 하루는 오성에게 가서 가로되, "임제의 글은 文理가 계속치 않으므로 족히 일컬을 것이 못합니다." 한데, 때에 마침 임제가 죽었을 때라, 오성이 그 망녕되이 헐어 말하는 것이 우스워서 아랫채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응해 가로되, "죽은 임제는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산 임제는 진실로 헐어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 하니 듣는 이가 다 웃었다. 야사씨 가로되 문장에는 저절로 값이 있으니, 반드시 능히 안 이후에 알 것이요, 그 경지에 나아가지 아니하고 능히 아는 자도 있지 못하리라. 배호와 같은 자는 가위 재주가 일세에 으뜸이니 이 서생..

姑責翻身(고책번신)/命奴推齒(명노추치)/忘祥愧從(망상괴종)

고책번신(姑責翻身, 몸을 뜅겨치라고 시어미가 책하다) 어떤 촌 할미가 그 젊은 며느리와 더불어 넓은 들에서 김을 맬쌔, 문득 소낙비가 크게 쏟아져 시냇물이 넘쳐흘러, 할미가 시냇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가에서 어정거리고 있었더니, 문득 한 청년이 있어 지나가면서 가로되, "날이 저물고 물이 깊은 고로 여인이 능히 건너지 못하리니, 제가 업어 건너드리리다." 할미가 다행히 여겨, "원컨댄 먼저 며느리를 건너 준 뒤에 나를 건네라." 청년이 바로 그 며느리를 업고 먼저 건네 주고, 건너 언덕에 이르러 끌어안고 交合하거늘, 할미가 이를 바라보고 높은 소리로 외쳐 가로되, "며느리야 며느리야...... 몸을 뜅겨쳐라. 몸을 엎치락 뒤치락하라......" 하였다. 얼마 후에 또한 다시 할미를 업고 건너가서, 또한 누..

화이기성(畵梨記姓)/현명구실(眩名求實)/부설고담(婦說古談)

# 화이기성(畵梨記姓, 배 그림으로 성을 적다) 어떤 사또가 캄캄하고 어리석어 건망증이 있거늘, 鄕任으로 있는 좌수가 배 씨인데 매양 入謁하매, 사또가 문득 그 성을 묻는지라 좌수가 괴로와서 사또에게 말해 가로되, "城主께서 매양 백성의 성을 물으시고, 또한 자고 나면 잊으시니, 배(梨)의 釋音이 소인의 성으로 더불어 음이 같은고로, 만약 배를 벽 위에 그리어 항상 눈앞에 있게 하면 가히 잊지 않으리이다." 사또가 기뻐하여 가로되, "그렇게 하라." 하고 곧 배를 그 벽 위에 그리었는데, 적이 그 꼭지가 길었다. 다음날도 좌수가 들어갔더니, 사또가 벽화를 우럴어보면서 가로되, "그대가 蒙同 좌수[몽동이란 治石용으로 쓰는 둥근 쇠자루]가 아니냐". 좌수가 일어나 절하면서 가로되, "소인의 성은 배 가요 몽..

신혼폐학(新婚廢學)/기부투심(妓夫妬甚)/유여송이(猶如松栮)

# 신혼폐학(新婚廢學, 신혼에 학문을 폐하다) 성주에 한 선비의 아들이 있어 新婚한 후에 新情에 빠져 거의 학문을 폐하거늘, 그 아비가 타일러 가로되, "젊었을 땐 色을 경계할 것이다. 하물며 남녀의 교제에 있어 정에 끌려도 有別이라야 이에 家道를 이룰지니, 마땅히 서울에 유학하여 家門을 입양하라." 그 아들이 인사하고 집을 떠나감에 이웃집에 숨어 매일밤 담을 넘어 가만히 그 처를 보고 다니더니, 젖어미가 늙은이에게 고해 가로되, "집안에 크게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아드님이 서울로 가신 후 신부가 외인과 더불어 사통하여 밤마다 흔적이 은근하니, 마땅히 빨리 조처하십시오." "실지로 보았느뇨?" 하고 의심하고 있던 차에 하루는 유모가 흔적을 잡고 늙은이에게 아뢰되, "남자가 지금 담을 넘었습니다." 늙..

우연득처(偶然得妻)/유창이주(踰窓而走)/염조운흘(念趙云仡)

# 우연득처(偶然得妻, 우연으로 처를 얻다) 아전으로 주씨 성 가진 자가 있어 풍신이 훌륭하였다. 멀리 先山을 돌아보고 고향으로 돌아올쌔 한 촌집에 투숙하였더니, 마침 주인 집에 醮禮지낸 신부가 있거늘, 주씨가 혹은 남은 떡찌꺼기라도 맛볼까 하고 옷을 차려입고 門屛 사이를 배회한즉, 주인집에서 과연 잔치를 베풀고, 주씨도 또한 그 좌석 사이에 앉았더니, 밤이 이에 깊어갈 때 여러 나그네들이 다 흩어지고, 새 사위가 술에 엉망이 되어 벼나까리 사이에서 뒤를 보다가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니, 주씨만 홀로 賓席에 있었는데, 주인집 사람이 주씨를 신랑으로 그릇 알고, 촛불을 든 자는 휘장을 걷어올리며, 예의를 관장한 자는 읍하면서 인도하거늘, 주씨가 드디어 입실하고 納婦하니, 꽃촛불 아래 신랑된 즐거움은 그지..

매향금도(梅香襟度)/방외도우(方外道友)/잠사유신(潜私有娠)

# 매향금도(梅香襟度) 李領院에게 사랑하는 기생이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이 玉梅香이라. 일찌기 무슨 일로 크게 노하여 검은 갓신을 벗어 들고 어지러이 치더니, 신이 옴폭(凹)모양이 된지라, 매향이 아무런 분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웃으면서 가로되, "영감께서 소첩의 한 물건으로 인하여 세 물건을 얻으시니, 毛套 한 쌍에 弓鞬이 두 개라, 노여움을 거두소서." 이영원이 실소하고 노여움도 드디어 사라졌다. # 방외도우(方外道友) 한 사람의 道士가 있어 비록 외양은 노쇠하였으나 內行에는 깊이가 있어서 內外 典籍에 능통하였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한 촌늙은이가 암소에다 닭의 둥우리를 지워 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만나 함께 가더니, 소가 문득 오줌을 누노라고 서 있거늘 禪老가 따라서 소 뒤에 서 있는지라, 이에..

삼부헌수(三婦獻壽)/구역치질(狗亦治質)/병비대지(兵裨代之)

# 삼부헌수(三婦獻壽, 세 며느리의 헌수) 어떤 이가 회갑을 당하여 자손들이 각각 잔을 들어 헌수하였는데 맏며느리가 잔을 올릴 때에 지아비가 이르되, "네가 이미 잔을 들었거든 복되고 경사스러운 말로써 헌배하는 것이 옳으니라." 하니 며느리가 잔을 잡고 꿇어앉아 고해 가로되, "원컨댄 시아버님께서는 天皇氏가 되소서." "웬 연고냐?" 하고 시아비가 물으니 "천황씨로 말씀하면 일만 팔천 세를 누리었으니 이와 같이 축수하옵니다." 하고 답하니, "좋도다......" 둘째 며느리가 잔을 들고 꿇어 고해 가로되 "원컨댄 시아버님께서는 地皇氏가 되소서." 시아버지가 그 연고를 물으니 "지황씨도 또한 일만 팔천 세를 수하였으니 이와 같이 비옵니다." "좋도다." 하고 시아버지가 말했다. 세째 며느리가 잔을 들고 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