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수필 61

'수필' '久遠의 女像'/皮千得

# 수필 수필은 청자 연적(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브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의 글은 아니요,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이나 심오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흥미는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의 색깔은 황홀 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하여 추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溫雅優美)하다. 수필의 빛은 ..

불후의 명수필 2008.07.24

'모성(母性)' '여자'/林語堂

# 모성(母性) 세상 사람들의 즐거움의 대부분은 그가 필생의 몸과 마음을 다하여 할 수 있는 일, 즉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내 생각으로는, 현재 남녀가 하고 있는 직업적인 일 가운데 백분의 구십은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고 자랑하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 말이 진실에서 우러나온 것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된다. 우리는 '나는 내 집을 사랑한다' 고 하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라 말하지 않아도 다 알기 때문이다. 보통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매일 그들의 직장에 들어설 때의 심정은 비슷하다. 중국 부인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과 같이, '사람마다 다 마찬가지인데 나만이 예외일 수 있나' 하는 심..

불후의 명수필 2008.05.20

페이터의 산문/이양하

만일 나의 애독하는 서적을 제한하여 2,3권 내지 4,5권만을 들라하면 나는 그 중의 하나로 옛날 로마의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을 들기를 주저하지 아니하겠다. 혹은 설움으로, 혹은 분노로, 혹은 욕정으로 마음이 뒤흔들리거나, 또는 모든 일이 뜻같지 아니하여, 세상이 귀찮고, 아름다운 동무의 이야기까지 번거롭게 들릴 때, 나는 흔히 이 견인주의자(堅忍主義者) 황제를 생각하고, 어떤 때에는 직접 조용히 그의 을 펴본다. 그러면 그것은 대강의 경우에 있어, 어느 정도의 마음의 평정을 회복해 주고, 당면한 고통과 침울을 많이 완화해 주고, 진무(鎭撫)해 준다. 이러한 위안의 힘이 어디서 오는지는 확실치 않다. 모르거니와, 그것은 -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네 마음에 달렸다." "행복한 ..

불후의 명수필 2008.01.26

山情無限/정비석

산길 걷기에 알맞도록 간편히만 차리고 떠난다는 옷치장이 정작 푸른 하늘 아래에 떨치고 나서니 멋은 제대로 들었다. 스타킹과 니커-팬티와 잠바-로 몸을 가뿐히 단속한 후 등산모 제껴 쓰고 바랑을 걸머지며 고개를 드니 장차 우리의 발 밑에 밟혀야 할, 만 이천 봉이 천리로 트인 창공에 뚜렷이 솟아 보이는 듯하다. 그립던 金剛으로, 그리운 금강으로! 떨치고 나선 산장에서 어느 새 산의 향기가 서리서리 풍긴다. 산뜻한 마음으로 활개쳐 가며 산으로 떠나는 之完과 나는 이미 本町通에 방황하던 창백한 인텔리가 아니라, 力拔山 氣蓋世의 기개를 가진 갈데없는 野人 文書房이요 鄭生員이었다. 차 안에서 무슨 흘개빠진 체모란 말이냐! 우리들의 조상들의 본을 따서 우리도 할 소리 못할 소리 남 꺼릴 것 없이 성량껏 떠들었으면 ..

불후의 명수필 2008.01.01